트럼프 "나토 실망"… 유럽 미군 철수 위협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일정 첫날부터 동맹국들을 향해 전방위적인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 전쟁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유럽 국가들을 겨냥해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미국이 쏟아부은 막대한 안보 자금과 군사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적절한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자신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유럽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회의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잣대는 미국을 향한 '충성심'이었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튀르키예가 다른 나토 회원국들보다 훨씬 충실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우며 노골적인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그동안 러시아산 방공망 도입 등으로 나토 내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던 튀르키예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셈이다. 이는 이란 전쟁 등 미국의 대외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국가에만 확실한 보상을 주겠다는 트럼프식 실용주의 외교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과거 러시아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중단했던 튀르키예의 F-35 전투기 프로그램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 판매라는 파격적인 선물을 통해 에르도안 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공식화한 것이다. 과거의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신을 지지하는 '친구'들에게는 제재를 가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전통적인 안보 원칙보다 개인적 신뢰와 정치적 결속을 우선시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에게는 미군 철수라는 최후통첩에 가까운 위협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을 돕기 위해 투입된 자금과 병력을 언급하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군대를 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불안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유럽 미군의 재배치나 철수 가능성은 유럽 국가들에게 실질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독일 공항에 도착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잠잠했던 그린란드 병합 문제까지 다시 꺼내 들며 유럽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영토 확장과 자원 확보라는 자국 우선주의적 관점에서 동맹국의 주권을 흔드는 발언을 재개한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나토라는 다자간 안보 동맹의 틀을 무력화하고, 미국과의 개별적인 관계 설정에 따라 안보 수준이 결정되는 새로운 질서를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에 자금과 병력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나토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무대가 되면서 동맹의 결속보다는 균열이 도드라지는 자리가 되었다. 튀르키예와의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유럽 우방국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미국의 전략은 국제 사회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미군 철수 위협이 실제 실행으로 옮겨질지, 아니면 더 많은 방위비 분담과 전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에 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앙카라 방문이 나토의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힘의 논리에 기반한 새로운 동맹 체제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포털

굿즈 사러 줄 서는 미술관 오픈런 大유행

 예술을 감상하는 공간이었던 미술관과 박물관이 이제는 가장 세련된 쇼핑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주요 전시장 앞에는 새벽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의 목적은 작품 관람이 아닌, 특정 작가와 협업한 한정판 상품을 손에 넣는 것이다.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나 K-팝 스타의 브랜드와 손잡고 출시된 굿즈들은 공개와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예술 소비의 중심축이 '관람'에서 '소유'로 이동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이러한 변화의 선두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자체 브랜드 '뮷즈(MU:DS)'가 있다. 과거 기념품 수준에 머물렀던 박물관 상품은 현대적 감각을 입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5년 역대 최대 매출인 400억 원 시대를 연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신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소장해 화제가 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나 술을 부으면 색이 변하는 취객선비 잔 세트는 전통 유물을 힙한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킨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미술관 굿즈 역시 예술성과 희소성을 무기로 애호가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데이미언 허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마그넷과 도록 등이 판매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아트 오브제나 소형 조각들도 원작을 직접 소유하기 어려운 컬렉터들에게 '멀티플 아트'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인기를 끈다. 이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가치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려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사립 미술관들의 행보도 거세다.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대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유명 작가와의 협업을 통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윤신, 이불 등 거장들의 감성이 담긴 파우치나 키링은 나오기가 무섭게 품절되며 높은 객단가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의 자개 텀블러처럼 지역적 특색과 전통 공예를 접목한 상품들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구매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K-컬처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굿즈 열풍의 주역은 단연 2040 세대다. 이들에게 굿즈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예술적 취향과 경험을 인증하는 수단이다. 한정된 장소와 시간에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자부심은 SNS를 통해 공유되며 타인의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미닝아웃' 문화가 예술계와 만나면서, 박물관 굿즈는 이제 가장 트렌디한 자기표현의 도구가 되었다.일부에서는 문화예술의 지나친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굿즈는 높은 문턱으로 느껴졌던 예술을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장의 작품을 내 방 책상 위에 올려두고 즐기는 '스몰 럭셔리' 심리는 리셀 시장의 활성화와 맞물려 문화 상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중이다. 전시의 여운을 간직하려는 관람객들의 욕망이 굿즈라는 실체를 통해 분출되면서,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제적 자립도와 대중적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