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15%만 "결혼 감소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뒤덮었던 인구 소멸의 그림자가 조금씩 걷히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된 사회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혼인 감소 현상을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이는 비중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2년 이후 매년 실시된 이 조사에서 심각성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는 극심했던 인구 위기 담론이 정점을 지나 사회적 적응 단계 혹은 낙관론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통계 지표는 이러한 인식 변화를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성사된 혼인은 약 24만 건에 달하며 전년 대비 8% 이상 눈에 띄게 증가했다. 10년 넘게 하락 곡선을 그리던 혼인 지표가 2023년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한 뒤 3년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 역시 동반 상승하며, 고사 직전이었던 결혼 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통계적 반등을 온전한 회복으로 보기에는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현재의 혼인 규모는 30년 전인 199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수십만 건씩 급감하던 추세가 멈추고 소폭 회복된 상태일 뿐, 과거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 수요의 일시적 분출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인식 변화에 따른 정착인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목할 점은 결혼을 바라보는 세대와 성별 간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성과 고령층은 여전히 혼인 감소를 심각한 사회적 재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여성과 청년층의 위기감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결혼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10명 중 1~2명만이 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는 결혼을 국가적 과제가 아닌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는 가치관의 전환이 청년 세대에 완전히 뿌리내렸음을 보여준다.

 


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현실적인 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결혼 비용의 급격한 상승과 주거 마련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었으며,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의 확산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경제적 지원 못지않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환경 조성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가사 분담의 불균형과 경력 단절에 대한 공포가 결혼의 문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미혼 남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경제적 여건이 완벽히 갖춰지더라도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응답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질적 보상이 결혼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으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청년들의 가치관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혼인율의 지속적인 반등은 경제적 혜택과 더불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동반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포털

나토 정상회의 휩쓴 젤렌스키, 위상 달라진 비결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하며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했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 정상들과 20차례에 달하는 연쇄 회담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이번 회의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으로 우크라이나 이슈가 뒷전으로 밀려났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눈길을 끌었다.전황의 변화는 동맹국들의 태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자체 개발한 장거리 드론을 앞세워 러시아 내 에너지 시설과 보급로를 정밀 타격하며 푸틴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가 연료난을 인정하고 디젤 수출을 금지하는 등 수세에 몰리자,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이러한 실질적인 성과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동맹국들로부터 더 큰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외교적 지렛대가 됐다.가장 극적인 변화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에서 나타났다. 그간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현지 생산을 허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부정적이었던 입장을 번복하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력을 극찬하며 직접 구매 의사까지 밝혀, 우크라이나가 방산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았음을 시사했다.비회원국 수장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방산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장면도 상징적이다. 그는 유럽 각국이 자체적인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와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며, 우크라이나가 단순히 도움을 받는 국가를 넘어 유럽 안보의 전략적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나토 정상들은 올해 700억 유로 규모의 군사 장비와 훈련을 제공하고 내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며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어줬다.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러시아 트베리시와 스타브로폴의 석유 시설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였고, 아조우해에서는 연료를 실어 나르던 유조선들이 타격받았다.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인도와 카자흐스탄에서 휘발유를 수입해야 할 정도로 몰린 경제적 궁지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술이 거둔 실질적인 승리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전장의 승전보는 앙카라에 모인 정상들의 지원 의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가 국제 사회의 원조 대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기술력과 전술을 보유한 안보 주체로 거듭났음을 증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보적인 드론 기술을 매개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서방 지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다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를 마비시키며 종전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행보는, 국제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맞물려 향후 전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