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부터 라테까지…식품업계 ‘제철코어’

 계절의 변화를 입맛으로 먼저 느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식품업계의 제품 출시 주기가 제철 식재료 수확 시기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특정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를 집요하게 찾아 즐기는 이른바 '제철코어'다. 신선함과 계절적 희소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식품과 외식, 디저트 시장 전반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여름의 전령사인 햇감자와 초당옥수수를 활용한 제품들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국내 생감자칩 시장을 이끄는 오리온은 올해 갓 수확한 국내산 햇감자를 생산 라인에 즉시 투입하며 제철 마케팅의 포문을 열었다. 전남 보성부터 강원 양구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확보한 1만 5,000톤의 감자는 수확 직후 청주공장으로 이동해 신선한 감자칩으로 재탄생한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햇감자 한정 생산은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고정 팬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도시락 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올라탔다. 한솥도시락은 국내산 햇감자의 포슬포슬한 식감을 극대화한 회오리 감자를 선보이며 길거리 간식의 고급화를 꾀했다. 얇게 썬 감자를 회오리 모양으로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을 살렸으며, 자체 개발한 시즈닝을 더해 젊은 층의 입맛을 공략했다. 이는 냉동 식재료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제철 식재료만이 줄 수 있는 본연의 풍미를 강조하며 차별화된 미식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디저트와 호텔 업계는 여름 별미인 초당옥수수의 달콤함에 집중하고 있다. 카시아 속초는 초당옥수수의 고소한 맛을 살린 크림번과 바게트, 라테 등 다채로운 메뉴를 구성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옥수수 특유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베이커리와 음료에 녹여내어 계절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 또한 유기농 우유 아이스크림에 초당옥수수 원료를 배합한 시즌 한정 메뉴를 출시하며 제철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느낌이 아님을 증명한다. 온라인상에서 제철코어를 언급하는 횟수는 1년 전과 비교해 세 배 이상 급증했으며, 햇감자 관련 검색량 지수는 수확 철을 맞아 최고치에 도달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유통 과정이 짧고 영양가가 높은 갓 수확한 식재료를 '가장 가치 있는 소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장기 보관된 식재료보다 제철의 신선함을 선택하는 웰빙 지향적 태도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제철 식재료가 가진 한정성이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핵심 기제라고 분석한다. 특정 계절에만 허락된 맛이라는 희소성이 소장 욕구와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것이다. 식품 기업들 역시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농가와의 직접 계약을 확대하고 수급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제철 식재료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철코어는 이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식품업계가 지향해야 할 신선 경영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문화포털

20대 여성 15%만 "결혼 감소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뒤덮었던 인구 소멸의 그림자가 조금씩 걷히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된 사회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혼인 감소 현상을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이는 비중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2년 이후 매년 실시된 이 조사에서 심각성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는 극심했던 인구 위기 담론이 정점을 지나 사회적 적응 단계 혹은 낙관론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실제로 통계 지표는 이러한 인식 변화를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성사된 혼인은 약 24만 건에 달하며 전년 대비 8% 이상 눈에 띄게 증가했다. 10년 넘게 하락 곡선을 그리던 혼인 지표가 2023년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한 뒤 3년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 역시 동반 상승하며, 고사 직전이었던 결혼 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하지만 통계적 반등을 온전한 회복으로 보기에는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현재의 혼인 규모는 30년 전인 199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수십만 건씩 급감하던 추세가 멈추고 소폭 회복된 상태일 뿐, 과거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 수요의 일시적 분출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인식 변화에 따른 정착인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주목할 점은 결혼을 바라보는 세대와 성별 간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성과 고령층은 여전히 혼인 감소를 심각한 사회적 재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여성과 청년층의 위기감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결혼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10명 중 1~2명만이 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는 결혼을 국가적 과제가 아닌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는 가치관의 전환이 청년 세대에 완전히 뿌리내렸음을 보여준다.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현실적인 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결혼 비용의 급격한 상승과 주거 마련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었으며,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의 확산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경제적 지원 못지않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환경 조성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가사 분담의 불균형과 경력 단절에 대한 공포가 결혼의 문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미혼 남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경제적 여건이 완벽히 갖춰지더라도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응답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질적 보상이 결혼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으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청년들의 가치관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혼인율의 지속적인 반등은 경제적 혜택과 더불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동반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