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이정후의 무력시위, 펜스 때린 괴력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잠시 멈췄던 안타 기계를 다시 가동하며 팀의 대승에 힘을 보탰다.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이정후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돼 휴식을 취하던 중 경기 중반 교체 투입됐다. 6회초 수비부터 우익수로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단 두 번의 타격 기회 속에서 날카로운 2루타 한 방을 터뜨리며 최근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콜로라도를 8대2로 완파했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7회말 첫 타석부터 매섭게 돌았다.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상대 우완 투수 TJ 슈크의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았다. 투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였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연한 하체 밸런스를 활용해 공을 정확하게 잡아당겼다.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라인드라이브성 2루타가 터지자 오라클 파크를 가득 메운 홈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신 외치며 환호했다. 지난 5일 이후 닷새 만에 터진 시즌 21번째 2루타이자, 최근 7타수 무안타의 침묵을 깨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비록 후속 타자의 불발로 득점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이정후는 이번 안타로 시즌 타율을 0.309로 끌어올리며 내셔널리그 타격 부문 상위권 경쟁을 이어갔다. 현재 그의 OPS는 0.782를 기록 중이며 타격 순위는 리그 전체 6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통산 100안타 고지까지 단 한 개만을 남겨두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일 경기에서 안타를 추가할 경우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2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이정후가 속한 내셔널리그의 타격왕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타격 선두는 0.345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마이애미의 오토 로페즈다. 로페즈는 같은 날 시애틀전에서도 멀티 출루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 뒤를 얀디 디아즈와 루이스 아라에즈가 0.326의 타율로 바짝 추격하며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정후는 이들과 약 1~2푼 차이를 유지하며 호시탐탐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팀 성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승리로 시즌 39승째를 수확했으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라는 하위권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와일드카드 3위와의 격차는 여전히 12.5게임 차로 벌어져 있어 가을 야구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팀의 부진 속에서도 이정후가 꾸준히 개인 기록을 경신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점은 현지 언론이 샌프란시스코를 주목하는 유일한 위안거리로 평가받는다.

 

이정후는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멀티 히트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교체 출전의 역할을 다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승리로 지구 최하위권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으며 이정후는 내일 열릴 경기에서 대망의 시즌 100호 안타 달성에 도전한다. 리그 정상급 교타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그가 남은 시즌 동안 타격 순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향후 메이저리그를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문화포털

슈만에서 베르디까지… 김재형, 독보적 존재감

 한국 성악계의 거목 테너 김재형이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독창회 '거장의 숨결'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이력을 화려하게 증명했다. 지난 11일 충남 당진문예의전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을 누벼온 드라마틱 테너의 위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재형은 국제 무대에서 '알프레드 킴'이라는 이름으로 메트로폴리탄과 라 스칼라 등 최고의 무대를 섭렵해온 인물이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독일 예술가곡부터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공연의 전반부는 절제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독일 리트의 시간으로 꾸며졌다. 피아니스트 황지희와 호흡을 맞춘 김재형은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선택해 사랑의 희열과 상실의 고통을 노래했다. 대극장을 압도하는 성량을 가진 드라마틱 테너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리를 내지르기보다 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시적 정서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느린 템포 속에서 긴 호흡으로 읊조리는 그의 노래는 오페라 가수 이전에 한 명의 예술가로서 그가 가진 깊은 내면의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후반부 무대는 분위기를 반전시켜 드라마틱 테너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이었다.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베르디의 '오텔로'에 이르기까지, 김재형은 극적인 상황을 단숨에 장악하는 압도적인 성량과 발성적 밀도를 선보였다. 큰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가는 강한 투사력이 요구되는 드라마틱 테너의 본능이 깨어난 순간이었다. 특히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소프라노 박소영과의 이중창은 피아노 반주만으로도 오페라 극장의 긴장감을 재현해내며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이끌어냈다.이번 공연은 단순한 기교의 과시를 넘어 한 성악가의 삶과 시간이 겹쳐진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앙코르곡 '고향생각'은 최근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을 담아 가장 낮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던 거장의 소리가 마지막 순간 개인적인 기억과 맞닿으며 가장 서정적인 울림으로 돌아온 장면은 현장을 찾은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는 30년이라는 세월이 목소리에 입힌 무게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김재형의 도전은 서른 해의 경력을 넘어 미래를 향해 계속되고 있다. 그는 2027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현대 오페라 '닉슨 인 차이나'의 마오쩌둥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또한 독일 오페라의 정수인 바그너 작품에 도전하며 영웅적 테너를 뜻하는 '헬덴 테너'로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강한 고음뿐만 아니라 어두운 중음역과 강인한 내구성을 필요로 하는 바그너 무대는 그에게 또 다른 음악적 정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지역 문화예술 공간에서 열린 이번 거장의 무대는 수도권 중심의 공연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관객들이 당진을 찾으며 수준 높은 기획 공연에 대한 갈증을 증명했다. 한국 성악가들의 위상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만큼, 광역 문화예술 단체들이 이러한 거장급 아티스트의 리사이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재형의 30주년 무대는 한 예술가의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를 넘어, 한국 클래식 공연 기획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