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사후 회고전, 마틴 파가 찍은 남과 북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마틴 파의 대규모 회고전이 16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작고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행사로, 1970년대 초기 흑백사진부터 말년의 원색적인 컬러 작업까지 500여 점의 사진과 90권의 사진책을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마틴 파는 생전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다시 카메라에 담고 싶어 했으나 건강 악화로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남긴 질문과 작품들은 이제 서울의 관객들과 마주하며 현대 사회의 소비와 욕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

 

전시는 마틴 파의 초기 작업을 통해 그가 처음부터 화려한 색채의 조롱꾼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970년대 그는 영국의 농촌 공동체와 비 내리는 거리의 풍경을 흑백 필름에 담으며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컬러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얻으며 그의 작품 세계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컬러 필름과 플래시를 들고 해변으로 나간 그는 휴가의 낭만 뒤에 숨겨진 지친 노동계급의 여가를 적나라하게 포착했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사진계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가난을 구경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시대의 진실을 꿰뚫었다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마틴 파의 카메라는 전쟁이나 혁명 같은 거대 담론 대신 슈퍼마켓, 파티, 음식 등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향한다. 그는 사람들이 사진가를 의식하지 않는 틈을 타 가장 대단하지 않은 순간을 포착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음식을 씹는 입 모양이나 명소를 등진 채 셀카를 찍는 관광객의 모습은 그의 렌즈를 통해 현대 인류학의 도감이 된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수백 장의 사진이 떼로 몰려올 때 발생하는 시각적 압도감이다. 반복되는 이미지들은 우리가 무엇을 사고 어디에 갔는지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는 소비 사회의 습관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촬영된 남북한 연작이다. 1997년 평양에서 국가가 연출한 배경 앞에 선 사람들을 찍었던 그는, 이듬해 서울로 건너와 시장이 만들어낸 과자 봉지와 장난감 숲에 둘러싸인 사람들을 기록했다. 체제는 달랐지만 두 공간 속의 인간들은 모두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 앞에 서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장바구니 속에 앉아 물건들에 포위된 아이의 모습은 2004년 한국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묘한 기시감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We Are Martin Parr'는 사진 속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시사한다. 마틴 파는 관찰자로서 대상을 비웃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도 관광객이자 소비자로서 그 시스템 안에 존재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진책을 단순한 보관함이 아닌 시대를 편집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여겼으며, 방대한 양의 사진책 수집을 통해 이미지의 힘을 탐구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사진이 단순한 조롱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비판이 섞인 복합적인 시선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된다.

 

마틴 파가 다시 서울을 찾았다면 아마도 스마트폰 화면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풍경을 담았을 것이다. 전시장 밖에서는 그가 예견했던 소비와 전시의 문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18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회고전은 관람객들에게 다음 웃음거리를 찾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시대의 풍경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되묻게 한다. 거장이 남긴 질문은 전시장 벽면을 넘어 오늘날 서울의 거리 곳곳에서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문화포털

민주 당대표 등록 시작, 8·17 대전 막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 주자들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이 시작된 16일, 주요 후보들은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특히 당대표 선출 방식인 선호투표제를 둘러싼 당내 이견이 정리된 직후여서, 이제는 후보 개인의 자질과 정책 비전을 둘러싼 정면충돌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각 캠프는 경선 초반 기세를 잡기 위해 상대 후보의 과거 발언이나 정무적 판단을 문제 삼으며 날 선 비판을 주고받고 있다.당권 도전에 나선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방송 인터뷰를 통해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의 정치적 판단력을 정조준했다. 송 전 대표는 정 전 대표가 주장해온 특정 지역구 공천 관련 발언을 무책임한 처사라고 규정하며,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거친 표현으로 설전을 벌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날은 다소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으나, 상대 후보가 당의 미래를 책임지기에 부적절하다는 공세의 수위는 여전히 높았다. 이는 경선 초반 관심이 특정 후보들에게 쏠리는 것을 막고 판세를 흔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에 대해 정청래 전 대표는 직접적인 맞대응을 피하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우회적인 방어막을 쳤다. 정 전 대표는 동료 정치인을 향한 과도한 공격이 당의 화합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자신은 당의 개혁 노선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의 공세를 '네거티브'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을 개혁의 적임자로 부각하는 동시에 지지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려는 포석이다.정책 중심의 행보를 보이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비전 경쟁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안을 발표하며 실무형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청년 정책 전담 기구 신설과 시스템 공천의 정착을 약속하며 당의 외연 확장을 주장했다. 다만 김 전 총리 역시 경쟁 후보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견제구를 던졌다. 이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내어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여기에 고민정 의원이 '세대교체'의 기치를 내걸고 공식 등판하면서 당권 경쟁은 다자 구도로 재편됐다. 고 의원은 후보 등록 직후 통합과 비전을 강조하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젊은 지도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 의원의 합류는 중진 중심의 경선 구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청년층과 중도 성향 당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김보미 전 강진군의원 등 신예 인사들도 도전장을 내밀며 이번 전당대회는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어우러지는 각축장이 되었다.민주당은 이번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오는 21일 예비경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할 당 대표 후보 3명과 최고위원 후보 8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본선은 내달 1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되며, 최종 결과는 16일 서울에서 열리는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발표된다. 이번에 도입된 선호투표제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하위 후보의 표를 재배분하는 방식이어서,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이나 2순위 표심 잡기가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