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판티노 UN행? 트럼프와 '징계 거래' 의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낙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갈등을 중재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독보적인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며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깊어졌으며, 지난해에는 FIFA가 신설한 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상하며 그 밀착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지지 선언은 기존의 정통 외교관 출신 후보군에 만족하지 못한 트럼프식 파격 인사의 결정판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인판티노 회장의 영입을 ‘천재적인 아이디어’라고 치켜세우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파올로 잠폴리 글로벌 파트너십 특사는 인판티노 회장이 관료주의에 물든 유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엔 회원국보다 많은 200여 개 국가를 관리하는 FIFA의 수장으로서 보여준 조직 운영 능력이 유엔 사무총장의 직무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논리를 폈다. 스포츠를 매개로 전 세계 청년층과 소외 계층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인판티노 회장만이 가진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하지만 인판티노 회장이 실제 사무총장직에 오르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고되어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 15개국의 추천을 거쳐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임명이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국가들이 스포츠 행정가 출신의 사무총장 임명에 순순히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인판티노 회장이 현재 FIFA 회장 3선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상태여서, 그가 축구계를 떠나 유엔이라는 거대 정치 무대로 자리를 옮길 의사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토록 인판티노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유엔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이 주요 분쟁 해결에 무능하다며 분담금을 삭감하고 유네스코 등 주요 산하 기구에서 탈퇴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판티노가 사무총장이 된다면 미국 주도의 새로운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국제기구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유엔을 자신의 통제권 안에 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불거진 공정성 논란은 인판티노 회장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월드컵 기간 중 미국 대표팀 선수의 징계를 유예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인판티노 회장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정치적 거래’에 기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논란은 인판티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과 독립성에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스포츠계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FIFA 회장이 특정 국가 정상의 이해관계에 휘둘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논의는 내년 1월 임기 시작을 앞두고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인판티노 회장이 실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경우, 미첼 바첼리트 전 칠레 대통령이나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등 기존 유력 후보들과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수장에서 지구촌 외교 수장으로의 변신이라는 영화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 아니면 트럼프의 또 다른 일방적 구상으로 끝날지는 향후 안보리 이사국들의 반응에 달려 있다.

 

 

 

문화포털

쿠팡 화재 6일째, 주민 보상안은 감감무소식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의 큰 불길은 잦아들었지만, 인근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화재 진압 완료 이틀째인 22일, 신현초등학교를 비롯한 지역 내 대피소 3곳에는 여전히 200여 명의 주민이 머물며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의 주민들은 불길이 꺼졌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매캐한 연기 냄새와 집 안팎을 덮친 검은 잿가루 탓에 선뜻 귀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화재 당시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사후 처리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대피소 체류 기간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대피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화재가 남긴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60평생 처음 겪는 재난이었다고 입을 모으는 주민들은 창문 틈을 뚫고 들어온 악취와 새카맣게 변해버린 아파트 외벽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평소 지병이 있던 노약자들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천식 증상이 심해져 병원 치료를 받거나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도심 한복판에 대형 물류 시설이 들어선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망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장기화되는 대피소 생활의 질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령층이 다수인 대피 주민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 구성과 부적절한 냉방 온도 조절 등이 주요 불편 사항으로 꼽힌다. 자극적인 즉석식품 위주의 배식으로 배탈을 겪거나, 과도한 에어컨 가동으로 추위를 견디다 못해 집에서 겨울옷을 챙겨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재난 상황에서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세심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 당국의 보다 세밀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지자체인 서해구는 현재 쿠팡 측과 구체적인 피해 배상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주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쿠팡이 입점 판매자들의 재고 손실에 대해서는 전액 보상 방침을 발 빠르게 발표한 것과 달리, 정작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기업의 이익과 직결된 보상에는 적극적이면서 시민들의 생존권과 건강권이 걸린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서해구 관계자는 과거 2021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시의 보상 선례를 검토하며 쿠팡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쿠팡은 인근 가구에 진료비와 건강검진비를 지원하고 잿가루 피해 농작물을 매수하는 등 포괄적인 보상을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인천 화재는 주거 밀집 지역에서 발생해 피해 범위가 훨씬 넓고 학교와 어린이집 휴원 사태까지 불러온 만큼, 과거보다 훨씬 큰 규모의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역 사회의 공통된 시각이다.현재 서해구 안전총괄과는 피해 접수 창구를 운영하며 보상 범위와 방식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기 전까지 주민들은 대피소 텐트 안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잿더미만큼이나 주민들의 마음속에 쌓인 불신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와 당국의 신속한 행정력이 결합된 실질적인 구제책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