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호우 상흔…집 못 간 주민들 이틀째 대피

 광복절 연휴 기간 경남 남해안 일대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며 지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18일 경남도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집계에 따르면, 거제와 통영을 중심으로 총 498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비가 잦아들면서 절반가량은 귀가했으나, 여전히 245명의 주민은 집이 침수되거나 추가 붕괴 위험이 남아 있어 마을회관과 학교 등 임시 시설에서 이틀째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거제시 옥포동 일대다. 전날 새벽 갑작스럽게 발생한 산사태가 아파트 저층부를 덮치면서 1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치는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직후 해당 아파트 입주민 140명은 추가 붕괴를 우려해 인근 초등학교와 복지관으로 긴급 대피했다. 주민들은 평온했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지반이 약해진 탓에 정밀 안전 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귀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산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남 전역에서 축구장 수백 개 면적에 달하는 365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으며, 통영의 육상 양식장 등 수산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특히 통영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을 비롯한 국가유산 5건에 토사 유입 등의 피해가 발생해 문화재 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섰다. 도로 곳곳이 파손되고 승용차가 침수되는 등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을 가리지 않고 폭우의 흔적이 역력하게 남았다.

 

교통망은 서서히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거제시는 이날 오전 호우특보가 전면 해제됨에 따라 침수 위험이 남아 있는 일부 지하차도를 제외하고 시내외 버스 전 노선의 운행을 재개했다. 연휴 내내 끊겼던 대중교통이 다시 연결되면서 복구 작업을 위한 인력 이동과 물자 수송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통제 구간이 남아 있어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가용한 인력을 총동원해 응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남도와 각 시군은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는 물론 육군 39사단 군부대 인력까지 현장에 투입해 토사 제거와 환경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시 거처에 머무는 이재민들을 위해 구호 물품 지급과 심리 상담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피해 지역이 광범위한 만큼 완전한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호우특보는 해제됐으나 지반이 매우 약해진 상태이므로 산사태 취약 지역 주민들의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경남도는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무너진 옹벽과 급경사지에 대한 추가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현장에 투입된 복구 인력들은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며, 침수된 농경지의 배수 작업과 양식장 피해 복구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문화포털

엘사 손끝서 얼음이…무대서 만난 아렌델

 미국 브로드웨이를 휩쓸었던 뮤지컬 '겨울왕국'이 한국 초연 무대를 통해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얼음 왕국을 세웠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지만,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스크린 속 경험을 압도하는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익숙한 멜로디에 뮤지컬만을 위해 추가된 새로운 넘버들이 더해지며 서사는 더욱 깊어졌고,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구현되는 마법 같은 연출은 어린이 관객은 물론 성인들의 감성까지 완벽하게 파고들었다.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캐스팅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제작진이 긴 시간 공을 들여 완성한 결과물이다. 배우의 인지도보다 캐릭터와의 내적, 외적 일치율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오디션을 통해 정선아, 민경아, 박진주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엘사의 두려움과 안나의 활기찬 에너지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통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났으며, 이는 원작 제작진조차 한국 배우들의 캐릭터 흡수력에 경탄을 보냈을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테마파크의 어트랙션을 타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아렌델 왕국과 거대한 얼음성을 구현한 무대 장치는 조명과 맞물려 시시각각 변화하며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롯데월드와 인접한 공연장의 지리적 특성은 관객들이 극장을 나선 뒤에도 환상의 세계에 머무는 듯한 연장된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거대한 세계관 속에 직접 들어와 있는 듯한 몰입감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시각적 쾌감의 정점은 역시 주인공 엘사가 자신의 힘을 해방하는 '렛 잇 고(Let It Go)' 장면에서 터져 나온다. 애니메이션의 명장면을 아이맥스급 스케일로 재현한 이 구간에서는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의상 교체와 화려한 얼음 마법 연출이 백미로 꼽힌다. 노르웨이에서 직접 공수한 원단으로 제작된 정교한 의상들은 조명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며, 배우의 손끝에서 뻗어 나가는 마법 효과는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마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주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퍼펫을 활용한 캐릭터들의 활약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눈사람 올라프는 배우와 퍼펫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특유의 유머러스한 매력을 발산하고, 순록 스벤은 배우의 정교한 움직임을 통해 실제 동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대형 뮤지컬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앙상블 배우들의 에너지가 더해지면서, 가족극이라는 편견을 깨고 성인 관객들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화려한 퍼포먼스의 정수를 보여준다.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남녀 간의 로맨스를 넘어 자매의 우애와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아가페적 사랑의 대화는 삶의 무게를 견디는 성인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화려한 볼거리 속에 숨겨진 따뜻한 서사는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만들어내며,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부산 무대까지 이어질 겨울왕국의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