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금융 공기업…거래처 이탈에 '비명'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막대한 비용 투입과 효율성 저하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사옥 신축과 직원들의 정착 지원에만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 이후 발생할 유무형의 손실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압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 업무의 핵심인 대면 협업과 정보 교환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외면한 채 물리적 이전만 강행할 경우, 국가 금융 경쟁력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의 분석에 따르면, 본사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2,5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축 비용과 임직원 주거 지원비를 합산한 수치로, 실제 이전이 가능한 인원을 고려하면 직원 1인당 약 5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러한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 대상 업체 대다수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직원들이 다시 서울로 장기 출장을 떠나는 역출장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에도 수도권행 셔틀버스 운영에만 약 2,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전례가 있다. 금융권은 이러한 추가 운영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지방 이전의 경제적 효과가 완전히 상쇄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 업무 특성상 대사관, 해외 발주처, 대형 투자사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인데, 지방 이전으로 인해 이들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단순한 교통비를 넘어 사업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다.

 

산업은행의 사례를 보면 우려는 더욱 구체화된다. 부산 이전 시 향후 10년간 발생할 재무적 손실이 7조 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수익 감소분이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거래처나 협업 기관들 역시 지방 이전이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을 따라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거래처는 극소수에 불과해, 금융 생태계의 단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고용 불안 문제도 심각한 쟁점이다. 금융기관 본점이 이전할 경우 시설 관리나 미화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직원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본점 업무와 밀접하게 연계된 간접 고용 인력들에 대한 대책 없이 이전이 강행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인재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어 숙련된 금융 전문가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며 민간 금융사로 자리를 옮기는 현상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집중형 이전' 방식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앵커 기업과 연구기관을 함께 배치해 부대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책자금 공급 규모를 대폭 늘려 지방 금융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차 이전 기관 중 상당수 지역에서 인구가 오히려 감소하는 등 혁신도시의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라, 금융권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문화포털

"골라보는 재미" 추석 극장가 韓영화 대격돌

 올해 추석 극장가는 한국 영화 대작들이 대거 포진하며 모처럼 관객들에게 풍성한 선택지를 제공할 전망이다. 여름 텐트폴 영화들과의 정면 대결을 피한 기대작들이 9월 연휴를 겨냥해 일제히 출사표를 던지면서, 침체됐던 극장가에 활력이 돌고 있다. 유해진이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언급했듯,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이번 시즌은 관객들에게는 즐거운 고민을, 배급사들에게는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작품은 최민식과 한소희가 호흡을 맞춘 오피스 드라마 '인턴'이다. 내달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할리우드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재해석해 세대 간의 소통과 공감을 그린다. 37년 차 베테랑 실버 인턴과 젊은 CEO의 만남이라는 설정은 전 세대 관객을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흥행 연타석 홈런을 기록할지 주목된다.현대사의 비극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암살자들'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라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특히 '서울의 봄' 등을 성공시키며 시대극의 명가로 자리 잡은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추석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큰손 CJ ENM은 '타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타짜: 벨제붑의 노래'로 승부수를 띄운다. 변요한이 4대 타짜 태영 역을 맡아 도박판의 치열한 심리전을 선보인다. 전작들의 흥행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인 재미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극장에서 먼저 관객을 만나는 이례적인 행보를 택했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등 초호화 출연진이 빚어낼 깊이 있는 연기 앙상블은 영화 팬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연휴의 끝자락에는 '대세' 구교환이 주연을 맡은 '부활남 더 레드'가 가세한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구교환의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과 티켓 파워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추석 연휴부터 개천절, 한글날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를 겨냥한 변칙적인 개봉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흥미롭다. 장르물과 액션을 선호하는 젊은 관객층의 전폭적인 지지가 예상되는 작품이다.한국 영화들끼리의 치열한 집안싸움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인해 승자 없는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기대작들이 몰린 것 자체가 극장가 체력이 회복되었다는 증거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는 라인업이 준비된 만큼, 최종적인 선택은 관객의 몫으로 남았다. 올 추석, 극장가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영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