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P 보안 취약점에 일본 정부·기업 사이트 비상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서 일본 정부와 주요 기업의 온라인 서비스에 잇따라 차질이 발생했다.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은행과 증권사, 전자상거래 업체, 철도회사까지 보안 점검에 나서면서 일부 웹사이트와 서비스의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일본 정부는 관련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신속하게 보안 업데이트를 적용하거나 필요한 경우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이번 사태가 일본에서 특히 큰 영향을 미친 배경으로는 PHP와 워드프레스의 광범위한 사용이 꼽힌다. PHP는 전 세계 웹사이트 운영에 널리 활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특히 일본어로 된 웹사이트의 상당수가 PHP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웹사이트 제작 도구인 워드프레스로 구축돼 있어,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자 다양한 분야의 온라인 서비스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보처리추진기구는 취약점과 관련해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도 상황을 주시하며 보안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보안 수정 패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총리 본인의 공식 홈페이지 역시 보안 점검 등을 위해 한때 접속이 중단됐다가 필요한 확인 절차를 마친 뒤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서비스 중단을 포함한 긴급 조치가 이어졌다. 재무성과 국토교통성, 국세청은 홈페이지의 일부 기능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관련 점검에 들어갔다. 오사카부와 후쿠오카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일부 온라인 서비스의 운영을 멈췄다. 공공기관의 홈페이지가 행정 정보 제공과 각종 민원 업무에 활용되는 만큼, 보안 위험을 확인하고 서비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잇따른 것이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온라인 서비스도 영향을 받았다. 가나가와현 경찰이 운영하는 운전면허 갱신 예약 사이트는 한때 이용이 차단됐으며, 일본 기상청의 과거 기상 데이터 열람 서비스도 일시적으로 접근이 제한됐다. 이들 서비스는 각각 면허 갱신을 준비하는 이용자와 과거 기상 정보를 확인하려는 사용자들이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보안 점검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이용자는 필요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확인하거나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금융권에서도 긴급 대응이 진행됐다. 일본 주요 은행 가운데 하나인 미쓰비시UFJ은행은 인터넷뱅킹을 통한 투자신탁 계좌 개설 서비스를 중단했다. 미즈호은행과 다이와증권도 지점 방문 예약이나 계좌 개설 등 일부 웹 기반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멈췄다. 금융 서비스는 고객 정보와 거래 관련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보안 취약점에 대한 위험을 점검하고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일부 기능의 제공을 중단하면서 관련 대응에 나섰다.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민간 웹사이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과 항공권 예약 사이트 스카이마크, 부동산 중개 사이트 스우모 등은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상품 구매와 항공편 예약, 부동산 매물 검색 등 여러 분야의 서비스가 보안 점검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번 문제가 특정 공공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민간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철도 분야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서비스 중단이 발생했다. JR 서일본은 한큐 전철과 한신 전기철도 등을 포함해 그룹 내 약 60개 웹사이트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 열차 운행 정보를 확인하거나 시간표를 조회하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생겼다. 철도 정보는 출퇴근과 이동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되는 만큼, 웹사이트 운영 중단은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가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관련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PHP를 사용하는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즉각적인 보안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수정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적용하고, 필요한 경우 서비스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당부했다.

 

이번 사태는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의 보안 취약점이 여러 웹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PHP와 워드프레스처럼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술이 다양한 기관과 기업의 시스템에 적용돼 있다면, 취약점이 발견됐을 때 점검과 대응의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교통 서비스처럼 이용자가 많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스템에서는 보안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취약점에 따른 위험을 확인하고 보안 패치 적용 등 대응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 보고는 없다는 정부 설명이 나왔지만, 각 기관과 기업은 서비스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점검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앞으로 관련 시스템의 보안 조치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는지, 중단된 온라인 서비스가 언제 정상화되는지가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문화포털

유홍준 사퇴에 국립중앙박물관 개편 ‘제동’ 우려

국립중앙박물관의 변화를 이끌어온 유홍준 관장이 취임 약 1년 3개월 만에 사퇴하면서 박물관 개혁 과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장료 유료화와 관람객 편의시설 확충, 전시 공간 확대 등 주요 사업을 추진해 온 유 관장이 물러나면서 박물관계에서는 개혁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 관장은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그는 사퇴 입장문에서 “국민이 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신뢰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제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실추된 명예를 세우기 위해서는 제가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직안을 재가했다. 유 관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서예 작품 ‘일반시국은’을 전시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작품은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유 관장과 박물관은 이 작품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친일 인사 박중양의 작품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유 관장이 해당 유묵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확산했다. 유 관장은 결국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유 관장의 사퇴로 박물관이 추진해 온 주요 개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과제는 무료로 운영해 온 상설전시 관람료의 유료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입장료를 5000원에서 1만원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관람객 증가에 따른 운영 부담을 고려하고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과거 문화재청장 재임 당시 경복궁 입장료를 무료에서 3000원으로 유료화하는 데 앞장섰던 유 관장은 중앙박물관에서도 입장료 개편을 주요 과제로 추진해 왔다. 관람객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약 650만명이 방문해 세계적인 관람객 규모를 기록했지만, 주차장과 카페, 식당, 기념품 매장 등 편의시설은 관람객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주말에는 주차장 이용을 위한 평균 대기시간이 1~2시간에 이르는 등 방문객 불편이 크다는 평가다. 관람객 증가에 걸맞은 시설 개선과 운영 체계 정비가 필요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유 관장의 부재가 사업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전시 공간 확대와 조직 체계 개편도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박물관계에서는 제2상설전시관 건립과 부관장제 도입 등 여러 과제가 유 관장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추진 동력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한 지역박물관장은 유 관장의 발언이 갖는 사회적 주목도가 컸다며, 이번 논란과 별개로 그가 박물관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차기 관장은 기존 개편 과제를 이어가는 동시에 박물관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점과 수장고에 보관된 소장품 가운데 실제 전시되는 작품의 비율이 20~30% 수준에 그친다는 점 등이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소장품을 더 많은 관람객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전시 공간과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다.박물관계에서는 기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내부 운영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 국민을 상대로 박물관의 필요성과 현안을 적극적으로 알릴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박물관계 인사는 전시시설이 예산 확보와 시설 확충 등의 과제를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국민적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박물관 업무를 넘어 대외적으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관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유 관장의 사퇴로 국립중앙박물관은 논란에 따른 신뢰 회복과 주요 개편 사업의 연속성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차기 관장이 기존 사업을 얼마나 이어가고, 관람객 편의와 전시 역량 강화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