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통영산 일부 냉동 굴 리콜... "노로바이러스 오염 우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상남도 통영에서 제조된 일부 냉동 굴 제품에 대해 '노로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을 경고하며 판매 중단 및 전량 회수 조치에 돌입했으며, 이로 인해 겨울철 대표적인 수산물인 굴 섭취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FD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통영산 일부 냉동 반각굴(half-shell) 제품에서 노로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해당 제품의 판매 중단 및 회수를 긴급 명령했다. 리콜 대상은 특정 업체가 2024년 1월 30일과 2월 4일에 통영에서 생산한 냉동 반각굴 제품이다. 이번 조치는 굴이 유통된 캘리포니아주에서 FDA에 노로바이러스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발 빠르게 이루어졌다.

 

FDA는 "요식업체와 소매점은 오염 가능성이 있는 냉동 반각굴 판매 및 제공을 '절대 금지'하며, 즉시 전량 폐기 또는 유통업체 반품"을 강력히 지시했다. 또한, "굴 섭취 후 노로바이러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경고했다.

 

노로바이러스는 늦가을부터 초봄(11월~3월) 사이, 특히 영유아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급성 위장염의 주범이다. 오염된 지하수나 굴, 조개 등 어패류를 섭취하거나, 감염자와 접촉, 심지어 공기 중 비말(침방울)을 통해서도 쉽게 전파된다. 감염력이 매우 강할 뿐만 아니라, 한 번 감염되었다고 해서 평생 면역이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재감염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혹독한 추위에도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영하 20도에서도 생존하며, 극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남녀노소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설사, 구토, 복통, 오한, 발열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아이들은 심각한 탈수 증세나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7억 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이 중 20만 명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는다. 노로바이러스는 이제 식중독 사망 원인 'Top 5' 안에 들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로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이를 예방할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많은 제약회사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결국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뿐이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굴 등 어패류는 반드시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채소와 과일은 깨끗하게 세척 후 섭취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생활화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 굴 섭취 시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현명하다. 

 

문화포털

공연 중 팝콘 먹고 토론까지…'시체 관극' 박살 낸 7시간 반의 혁명

 7시간 30분이라는 경이로운 러닝타임, 그리고 네 번의 인터미션 동안 제공되는 간식과 식사. 관객은 더 이상 어둠 속에서 숨죽인 채 무대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극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대 위에 놓인 게임 컨트롤러를 잡고, 약 200명의 다른 관객과 힘을 합쳐 주어진 퀘스트를 해결해야만 한다. 이는 최근 대학로 무대에 올라 전석 매진을 기록한 관객참여형 공연 '에세즈 메세즈: 당나귀들의 반란'의 풍경이다.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각국을 돌며 화제를 모은 이 독특한 형식의 공연은, 기존의 관람 문법을 완전히 파괴하며 새로운 집단적 체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낯설게 다가온다. 티켓 부스와 포토존이 전부였던 평범한 공연장 로비와는 달리, 이곳에는 정수기와 팝콘, 그리고 각종 사탕과 젤리가 가득 담긴 간식 상자가 관객을 맞이한다. 벽에는 공연이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개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휴식과 함께 음식물이 제공된다는 친절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탕 한 알 입에 넣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고, 숨소리마저 죽여야 하는 '시체 관극' 문화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풍경이다. 공동 연출가인 패트릭 블렌카른과 밀턴 림은 이러한 파격적인 구성의 의도를 "컨트롤러를 쥔 관객이 리더가 되고, 그 리더에게 반대 의견이 있어야 객석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과정 속에서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공연의 서사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연상시킨다.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당나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는 여정을 '포켓몬스터'를 연상시키는 친숙한 그래픽의 비디오 게임 형식으로 풀어낸다. 공연이 시작되고 잠시의 적막이 흐르던 것도 잠시, 한 용감한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가 컨트롤러를 잡자 비로소 7시간 반의 대장정이 막을 올린다. 처음에는 서로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던 관객들은 에피소드가 하나둘 진행될수록 점차 자리를 자유롭게 오가며 적극적으로 게임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갈 길이 멀어요, 파이팅!"과 같은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게임 참여자의 결정에 박수가 쏟아진다. 심지어 인터미션 시간에는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즐기며 '동물권'과 '노동'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예정된 종료 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8시 10분, 마침내 마지막 퀘스트가 해결되자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200여 명의 집단지성이 빛을 발한 덕분에 예상보다 20분이나 일찍 기나긴 여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7시간 반 동안 함께 고생한 동료 관객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은 바로 시원한 맥주 한 잔. 관객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무언가 큰일을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과 흥분으로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극장 문을 나섰다. 이 기묘하고도 특별한 경험은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독특한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