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이상해요” 금호타이어 화재 피해 신고 ‘1만 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한 피해 신고가 1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 17일 발생한 화재는 사흘이 지나서야 진화됐지만, 피해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광산구청에 따르면 26일 기준 금호타이어 화재와 관련해 접수된 주민 피해 신고는 총 1만708건에 달했으며, 신고 인원은 660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광산구 주민이 6380명, 관외 주민이 221명으로 확인됐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두통이나 어지럼증, 목과 눈의 따가움, 피부 발진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한 인적 피해가 6217건으로 전체의 약 58%를 차지했다. 차량과 주택 외부, 창문, 발코니 등에 쌓인 그을음과 분진 등 물적 피해는 3424건으로 31%, 주변 상가의 영업 중단 등으로 인한 영업 보상 피해는 1067건으로 9%를 차지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간접적인 환경 피해와 고용 불안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화재 이후 광주 지역의 대기질은 급격히 나빠졌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화재 당일인 17일 광주의 대기 중 납 농도는 18ng/㎥로 평상시 호남권 평균의 3배를 넘었으며, 초미세먼지 농도는 19일 124ng/㎥까지 치솟아 ‘매우 나쁨’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화재 이후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약 2300명의 근로자가 일터를 잃은 상태다. 이에 따라 지역 협력업체 210여 곳에도 연쇄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납품 대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줄도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이후 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가 있었던 선례로 인해, 금호타이어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광주시는 이러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화재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주민 피해 보상과 함께 근로자 해고 방지, 협력업체의 경영난 대응 등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금호타이어 측이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노사협의회를 가동해 협상을 유도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에는 경영안정자금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방침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특별재난지역 및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고, 현재까지 특별교부세 5억 원을 확보해 광산구에 전달한 상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경우 피해 주민들은 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게 되며,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근로자 1인당 하루 7만 원의 지원금을 최대 180일까지 받을 수 있다. 사업주 또한 고용·산재보험료 납부 유예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화재는 20일 오전 완전히 진화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22일 오후 다시 잔불이 살아나 추가 진화작업이 진행 중이다. 잔불이 지속되는 원인은 고무와 특수재료가 혼합된 타이어 원료의 특성 때문으로,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추가 확산 위험은 낮다고 보지만, 건물 붕괴 우려로 인해 소방대원이 근접하지 못해 완전 진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광산구는 화재 발생 직후부터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을 중심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즉시 가동됐고, 17일부터 20일까지 총 1892명의 공무원이 현장에 투입됐다. 구는 즉각적인 대피소 운영과 구호물품 배치, 의료 및 심리 상담까지 다양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화재 당일부터 설치된 임시대피소에는 총 1653명의 주민이 수용됐으며, 응급 구호세트, 도시락, 생수 등 필수 물품이 신속히 공급됐다.

 

화재로 피해가 집중된 송정동과 수완동에는 맞춤형 물품이 우선 배부됐고, 북구와 남구 등 인근 지자체에서도 구호 장비가 지원됐다. 광산구는 금호타이어 측과 신속한 보상 절차도 협의 중이다. 24일 기준 피해 접수는 9610건(5957명)이며, 이 중 2700명에 대한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자가 수질검사와 하천 감시, 대기질 측정 등 환경 피해 대응도 병행되고 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위협한 재난”이라며 “광산구는 끝까지 주민 곁에서 일상 회복을 위한 모든 행정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문화포털

이명세 감독이 "OTT 시대에 꼭 필요하다" 일침 날린 '이곳', 가보니 난리 났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불모지인 중소도시에서 문화적 오아시스 역할을 해온 '작은영화관'이 올해도 특별한 영화 축제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전국 73개관에서 열린 '2025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올해로 12회째를 맞으며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소통의 장으로 거듭났다. '뒤로 재생, 앞으로 재생'이라는 독특한 주제 아래, '고래사냥',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추억의 고전 명작과 '봄밤', '바로 지금 여기' 등 현대적 감각의 독립예술영화를 나란히 배치하는 '페어링 상영' 방식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했다. 같은 주제를 다른 시대적 시선으로 풀어낸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감상하며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서로 다른 세대의 감성을 이해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이번 기획전의 백미는 단연 9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관객 맞춤형 연계 프로그램이었다. 어린이 관객들은 애니메이션을 본 뒤 영화 미술감독과 함께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장난감을 만들며 영화의 원리를 체험했고, 노년층은 '수니킴과 함께하는 영화음악 데이트'를 통해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추억의 영화음악을 트로트 가수의 라이브로 즐기며 상영관을 뜨거운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특히 단양작은영화관에서 열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상영 후 이명세 감독과의 대화는 지역 주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난생처음 작은영화관을 찾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했다. 이 자리에서 이명세 감독은 "OTT 시대에도 함께 웃고 호흡하는 극장의 경험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으며, 이것이 바로 작은영화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하며 공동체 상영의 가치를 역설했다.이처럼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지역 사회에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 그 이상의 가치를 선물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과 장애 관련 영화인들과의 대화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지역의 문제를 다룬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시간은 작은영화관이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지역의 의제를 논의하는 공론장이자 문화 커뮤니티의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평소 최신 상업영화 위주로 상영관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작은영화관 운영자들은 이번 기획전이 지역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하지만 이러한 성공적인 축제의 이면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한 작은영화관 운영자는 재정과 인력의 한계로 자체적인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며, 이번 기획전과 같은 공공 지원의 정례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사업을 주관한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역시 이번 기획전이 작은영화관의 문화적 인프라 가치를 증명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며, 오는 11월 '주민들이 뽑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 특별전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이 축제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 축제로서 작은영화관의 역할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