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도 동맹 균열..러시아산 원유 놓고 불붙은 관세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관세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인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던 두 나라 사이에 예상치 못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인도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압박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관세 협상 전략에 불과한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인도가 막대한 규모로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뿐 아니라, 이를 공개 시장에 재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도는 얼마나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의해 희생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러한 이유로 인도가 미국에 내는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에 인도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보다 더 높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인도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인도를 대상으로 한 압박은 부당하고 비합리적”이라며 “국익과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의 무역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글로벌무역연구이니셔티브(GTRI)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 무역정책 전문가는 “인도는 원유 순수입국이며, 원유 자체를 수출하지 않는다”면서도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 경유, 제트연료유 등 석유 제품으로 가공한 뒤 일부를 수출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인도의 갈등은 지난주 상호관세 조치 종료 기한을 앞두고 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군사장비와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25%의 관세와 함께 ‘벌칙’을 예고했고, 이후 실제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 정책을 변경하지 않았으며, 고위 당국자들은 이에 따른 입장 변함이 없다고 외신에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 인도를 끌어들였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2023년 인도를 국빈 방문하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극진히 예우했고, 양국 간 군사 협력도 강화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기 집권 시절부터 모디 총리와 특별한 친분을 과시해 왔다. 2017년 모디 총리 미국 방문 시 ‘진정한 친구’라고 칭했고, 2020년에는 모디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구자라트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2기 집권 초에도 모디 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가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과 휴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시도를 인정하지 않은 점도 긴장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과 가까워지는 움직임도 인도 측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를 압박하는 한편 파키스탄과의 협상을 마무리하며 석유 개발 협력까지 약속했다. 미국이 수정한 상호관세율에서도 파키스탄에는 인도보다 낮은 19% 관세를 부과했다. <AP>통신은 모디 총리가 파키스탄에 대해 강경 입장을 견지하며 국제 무대에서 고립시키려 노력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행보가 이를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델리 진달국제관계대학원의 스리람 순다르 차울리아 교수는 인도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시적 변덕으로 끝나는 것”이라면서 “만약 미국과 파키스탄 간 금융 및 에너지 거래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는 인도-미국 전략적 파트너십을 훼손하고 인도 측의 미국에 대한 신뢰를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압박이 단순 관세 협상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통한 우크라이나 전쟁 간접 압박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만약 후자라면 인도를 넘어 러시아와 중국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촉구를 위해 러시아에 관세 100% 부과,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2차 제재를 가할 것이라 선언했으며, 그 시한을 기존 50일에서 이달 8일로 앞당겼다.

 

러시아산 연료를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중국 역시 미국의 2차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5월 일부 관세 유예에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 연장 결정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압박이 무역 협상 전술일 뿐이며, 러시아 연료를 많이 구매하는 중국과 터키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협상 카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AP>는 차울리아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급변하는 정책을 고려할 때, 인도와 미국 관계가 다시 우호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인도 국영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이고 미국, 캐나다, 중동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석유공사(IOC)가 최근 미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에서 9월 인도분 원유 약 700만 배럴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산 원유 일부를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또 IOC, 힌두스탄석유공사(HPCL), 바라트석유공사(BPCL) 등 국영 정유사들이 최근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경제·안보 협력 강화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외교적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인도의 대응,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글로벌 지정학적 변수들이 맞물리면서 향후 미-인도 관계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포털

한국의 '정년 쇼크'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정년 연장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정년 65세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법정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근로조건 재설계, 맞춤형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보고서는 정년 연장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법정 정년 연장과 재고용 방식 중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지, 둘째,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셋째,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넷째, 정년 연장의 경제·사회적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현행법상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는 정년이 늘어나거나 폐지되는 추세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제 자체를 폐지했고, 독일은 별도의 정년제 없이 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에서 67세로 상향)이 사실상 정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일본은 법정 정년 60세를 유지하되 65세까지 재고용을 의무화하고, 70세까지는 기업의 노력 의무로 두고 있다.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법정 정년이 60세임에도 실제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나이는 49.4세로, 20년 전 50.0세보다 오히려 0.6세 앞당겨졌다.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조기 퇴직하는 사례가 정년 퇴직자보다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임금 부담으로 정년제 운영이 저조한 실정이다.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 고용지원금 확대, 세제 혜택,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등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정년 연장 문제를 두고 노사 간 입장차도 뚜렷하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높이되 연금 수급 연령과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년 연장에 따른 일방적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 삭감에 반대하며, 청년 고용 위축 문제는 별도의 대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획일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재고용·계속고용 의무 등 자율적 선택권을 요구하고, 정년 연장 시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등 보완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현장에서는 정년 65세 시대에 대비한 임금피크제 설계가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임금피크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부서 이동이나 억지 인사 조치를 강요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조직 내 인력 활용과 사기 저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의 사례처럼, 핵심 인력이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어 조직은 숙련된 인력을 잃고, 당사자는 근로 의욕이 꺾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더욱이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기존 임금피크제 구조(정년 3년 전부터 감액 시작)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삭감 기간을 5년 이상으로 늘리면 감액 폭과 보상 조치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불가피하고, 법원도 무효 판단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국회입법조사처는 "정년 연장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고령자·청년 고용, 노후소득 보장 체계, 임금·노동조건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적 대화의 틀을 넘어서는 사회적 대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