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천만 원 일자리" 사기단, 캄보디아 떠나 동남아 '순회 공연' 시작?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집결해 한국인을 상대로 납치·감금·사기 등을 벌여 온 조직들이 거점을 대거 옮기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이 라오스·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다른 지역으로 분산될 경우 국내 수사·구조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다수의 텔레그램 채널 게시물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현지에서 ‘웬치’로 불리는 시아누크빌의 대형 범죄 콤플렉스 일대에서 조직들의 이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는 주거·업무 복합단지로 보이는 건물에서 컴퓨터 모니터와 서버, 사무집기를 승합차·화물차에 실어 나르는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게시물은 “구역 내 회사들이 긴급 대피를 준비 중”이라며 “미 정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에 시아누크빌이 중점 거론돼 현지 당국이 정비에 나섰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경찰 관계자는 “최근 한국과 국제 언론의 집중 조명 이후 추적·단속 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해 이동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범죄조직이 이동 예정지의 지방 관료와 치안기관에 로비를 선제적으로 진행, ‘안전지대’를 구축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라오스·태국·베트남 등에선 이미 한국인 가담자를 다수 포섭한 사기 조직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캄보디아발 이동 장벽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사기 조직 내부 정보를 폭로해 온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 ‘천마’ 황모씨는 “정부 대응이 너무 늦었다”며 “이미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조직의 70%가 캄보디아를 떠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조직적 ‘콜센터형’ 사기 범죄를 벌인 일당 25명을 검거했는데, 상당수가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미끼로 모집돼 내부에서 ‘회사’ 형태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민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지금도 ‘월 수천만 원 보장’ ‘해외 텔레마케팅(TM)’ 등을 내세운 모집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조직의 분산 이동이 인질 구조와 사법 공조를 한층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국 경찰은 현지 한인 사건 전담 창구인 ‘코리안 데스크’ 확대 배치를 검토하고 있으나, 조직이 국경을 넘나들며 거점을 바꾸면 단일 국가 당국과의 협업만으로는 실효적 대응이 힘들 수 있다. 다국적 인신매매·강제노동 양상이 겹치면서 피해자 식별과 보호, 송환 절차도 복잡해진다.

 

전문가들은 형사사법 공조와 외교적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캄보디아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이라며 “ODA 설계에 치안 개선과 인신매매 근절을 포함하는 조건부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인접국과의 다자 공조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 역내 합동 단속, 범죄인 인도 및 몰수·추징 공조 확대, 피해 한국인에 대한 긴급보호 체계 구축 등이 단기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를 통해 온라인 리크루팅 차단, 출국 단계 경보 강화, 피해 신고·구조 핫라인 일원화 등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현지 부패와 치안 공백, 조직의 이동성까지 고려하면 선제적 정보수집과 국제공조 없이는 실질적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동남아 각국으로 흩어지는 ‘사이버 사기 거점’을 추적·차단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문화포털

이자 1%p 내렸더니 연체율 '쑥'… 결국 터질 수밖에 없는 은행의 고민

 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에 근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88%로,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인 4.12%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이는 지난해 4분기 5%대 후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p 가까이 하락한 수치로, 리스크가 커 통상 높은 금리가 책정되는 신용대출의 특성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례적인 상황이다.이러한 금리 인하 경쟁의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은행들의 생존 전략이 맞물려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며 성장이 정체되자, 은행들은 기업금융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았다. 정부 역시 가계가 아닌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이러한 흐름을 유도했다. 결국 한정된 시장에서 기업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 간의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이어진 것이다.문제는 은행들이 외형 성장에 치중하는 사이, 내부 건전성 지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42%로,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 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까지 치솟으며 2017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한계에 내몰린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외면한 채 수익성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금융당국은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가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리 경쟁이 향후 부실채권 급증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 둔화 국면이 지속될 경우, 한계 기업의 부실이 본격화되면서 은행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리스크를 감수한 은행들의 과당 경쟁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