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박, 초연은 쪽박…'호두까기인형'의 충격적인 흑역사

 매년 12월이면 전 세계 공연장을 어김없이 점령하는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이제 크리스마스 시즌을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차이콥스키의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 소녀 클라라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꿈속 과자 나라를 여행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수십 년간 관객들을 매료시켜왔다. 하지만 지금의 찬란한 명성과는 달리,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호두까기인형'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당시 비평가들은 "예술적으로 전혀 기대할 것이 없는 작품", "발레라는 장르를 한 단계 후퇴시켰다"는 등 혹평을 쏟아내며 이 작품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

 

초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은 바로 무대를 가득 채운 '아이들'이었다. 주인공 클라라와 프리츠 남매는 물론, 파티에 온 친구들, 장난감 병정과 쥐, 눈송이 등 수십 명에 달하는 역할에 황실발레학교 학생들이 대거 투입됐다. 이전에도 발레 공연에 어린이가 잠시 등장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작품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은 '호두까기인형'이 처음이었다. 비평가들은 "아이들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통에 어른 무용수들의 춤까지 방해했다", "무대가 너무 어수선해서 참을 수 없었다"는 신랄한 리뷰를 남겼다. 결국 '호두까기인형'은 초연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장의 레퍼토리에서 자취를 감췄고, 이후 1919년과 1934년 러시아에서 재안무될 때는 아이들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성인 무용수로 교체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이루어졌다.

 


러시아에서 외면받았던 '호두까기인형'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원인이었던 '아이들'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미국에서였다. 1954년, 러시아 출신의 천재 안무가 조지 발란신은 뉴욕시티발레단과 함께 자신만의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였다. 그는 러시아에서의 수정 방향과 정반대로, 아메리칸 발레학교 학생 125명을 더블 캐스트로 무대에 세우는 파격적인 역발상을 감행했다.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이 가족 친화적인 공연은 가족 가치를 중시하던 당시 미국 중산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뉴욕의 연례 크리스마스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발란신 버전의 성공은 '호두까기인형'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결정적인 계기는 1958년 미국 대형 방송사 CBS가 크리스마스에 공연 실황을 전국에 방영하면서부터다. 안방극장을 통해 퍼져나간 '호두까기인형'의 인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벗고 연말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미국의 수많은 발레단은 '호두까기인형'을 발레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첫 무대 경험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중요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주요 발레단 공연에 수십 명의 아역 무용수들이 출연하며 '호두까기인형'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포털

“가짜면 고발, 사실이면 특검” 야당이 칼 빼 든 이유

 한 유튜브 방송에서 시작된 의혹 제기가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대통령과 관련된 ‘공소취소 거래설’이라는 미확인 주장이 제기된 후, 패널의 입에서 ‘대통령 탄핵 사유’라는 단어까지 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 발언은 즉각 여의도 전체를 강타하며 극심한 여야 공방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공개적인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논란의 진원지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었다. 전직 기자인 장인수 씨가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에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고, 뒤이어 출연한 홍 모 전 기자가 이를 받아 “사실이라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언급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곧바로 현직 대통령의 거취 문제로 비화하는 순간이었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한준호, 장철민 의원 등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무책임한 음모론”, “찌라시 수준도 안 되는 주장으로 국정을 흔들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언주 수석최고위원 역시 “온갖 음모론이 판치더니 결국 대통령까지 공격하는 상황”이라며 당내에서조차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질타하고 나섰다.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의혹이 가짜뉴스라면 김어준 씨를 즉각 고발하고, 만약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특검을 수용하라”며 양자택일을 압박했다. 야당은 이를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검찰과의 부적절한 거래 시도 의혹으로 규정하며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걷잡을 수 없이 논란이 확산되자, 문제의 ‘탄핵’ 발언을 했던 홍 전 기자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방송을 통해 “대통령 탄핵 사유라는 표현은 명백히 경솔했다”고 인정하며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와는 별개로 정치권에 던져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이번 사태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제기된 주장이 어떻게 순식간에 현실 정치의 핵심 의제로 전환되고 국정 동력을 뒤흔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관계 확인보다 자극적인 주장이 먼저 확산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정치권 전체가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현상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