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 청사 이전 없이 '특별시'로 급물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 메가시티 논의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이 가장 빠른 속도를 내며 가시권에 들어왔다. 과거 통합 논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청사 위치 문제를 현행 체제 유지로 합의하고, 낙후된 경북 북부권에 대한 지원책을 구체화하면서 통합을 향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경북도청에서 만나 행정통합 재추진에 전격 합의했다. 이는 정부가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지 나흘 만에 이루어진 신속한 결정으로, 양 시·도가 이번 통합에 거는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통합이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통합 청사 문제를 '현행 유지'로 매듭지었다는 점이다. 이철우 지사는 "훌륭하게 지어진 도청 청사를 이전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못 박으며, 현 대구시청과 경북도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인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특히 청사 이전에 민감했던 경북 북부권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양 시·도는 경북 북부권 등 소외 지역에 대한 균형발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통합 이후 이전하는 공공기관이나 특별행정기관을 낙후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5조 원에 달하는 통합 인센티브 역시 시·군·구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정기 권한대행은 "새롭게 선출될 통합 단체장은 500만 시·도민 전체를 대표하는 만큼, 지역 균형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원칙이 통합 특별법에 명시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전향적인 합의에 힘입어 그동안 통합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였던 경북도의회도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도의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으며, 조만간 '경북대구 통합특별위원회'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미 2024년 통합 동의안을 통과시킨 대구시의회에 이어 경북도의회의 동의 절차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행정통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사실상 모두 마련되는 셈이다.

 

양 시·도는 다음 달 내로 의원 발의 형태로 (가칭)'대구경북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통과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법안에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행정적·재정적 특례를 부여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받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다른 지역의 통합 논의도 함께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대한민국 행정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문화포털

144년 된 영월 ‘해우소’, 국가문화유산 됐다

1882년에 지어진 영월의 사찰 화장실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찰 화장실인 ‘해우소’가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30일 영월 보덕사 해우소를 비롯해 순천 선암사 측간,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등 사찰 화장실 3곳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해우소는 사찰에서 화장실을 부르는 이름이다.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명칭은 한국전쟁 이후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스님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번에 지정된 문화유산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곳은 영월 보덕사 해우소다. 건물의 지붕에서 가장 높은 부분을 받치는 종도리 아래에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해 1882년에 지어진 사실이 확인됐다.보덕사 해우소는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건물을 지은 것이 특징이다. 앞쪽에서 바라보면 한 층짜리 건물처럼 보이지만 뒤쪽에서는 두 층의 누각과 같은 모습이 드러난다. 주변 지형을 활용해 건물의 구조를 만든 사찰 건축물의 특징을 보여준다.화장실 내부의 구조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건물처럼 출입문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가슴 높이 정도의 칸막이를 이용해 내부 공간을 나눴다. 외부에서 내부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개방형 구조다.무엇보다 건립된 이후 지금까지 원래 자리에서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1882년 건립 이후 144년 동안 같은 위치와 형태를 유지하며 사찰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기능해온 것이다.이번 지정으로 영월 보덕사 해우소뿐 아니라 순천 선암사 측간과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사찰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화장실이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당시의 건축 방식과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셈이다.특히 이번 지정은 해우소가 처음으로 국가지정문화유산에 포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찰의 불전이나 탑, 불상처럼 종교적 의미가 큰 건축물뿐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이용했던 공간까지 역사적 가치가 인정된 사례다.영월 보덕사 해우소는 19세기 사찰의 생활공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경사진 땅을 이용한 독특한 건축 구조와 개방형 내부 공간, 그리고 오랜 기간 원형을 유지한 점이 함께 평가됐다.사찰 화장실을 뜻하는 ‘해우소’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단순히 용변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일상의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는 공간이라는 뜻이다.이번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은 오랜 시간 사찰의 일상 속에서 사용돼 온 공간도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건축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