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러섰나…기세등등 이란, 호르무즈 통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말부터 이어져 온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마무리 짓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는 기존의 전쟁 상태가 이미 종료되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현재 걸프 해역에서 벌어지는 미군의 움직임은 이전의 무력 충돌과는 무관한 새로운 임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당초 미국이 내세웠던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농축 우라늄 반출이라는 핵심 명분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를 대가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기존의 대이란 군사 작전이 공식적으로 끝났음을 알렸다. 그는 걸프 해역에 두 달 넘게 억류된 87개국 출신의 민간인 2만 3000여 명을 구출하기 위한 이른바 '해방 프로젝트'가 주말부터 가동되었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민간인의 이동을 통제하는 이란의 행태를 범죄로 규정하면서도, 이번 미군의 작전은 철저히 방어적인 성격이며 이란의 선제공격이 없는 한 무력 사용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작전명 변경과 목표 수정은 다분히 국내 정치적 제약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전쟁권한법상의 60일 시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종전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구출 작전이라는 인도주의적 명분을 내세워 군사적 긴장감을 낮추는 동시에, 이란과의 막후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루비오 장관의 브리핑이 끝난 지 불과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방 프로젝트의 일시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작전 보류의 이유로 들었다.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는 국무장관의 공식 발표 직후에 군통수권자가 이를 뒤집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 수뇌부 내부의 혼선이나 이란과의 협상 과정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이란은 현재의 상황을 자신들의 외교적 승리로 해석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미국의 핵 관련 요구가 사실상 철회된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이 자신들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화폐 가치 폭락이라는 내부적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란 군 당국은 자신들이 지정한 항로를 벗어나는 선박에 대해서는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며 해협에 대한 주도권을 과시하고 있다.

 

해협의 긴장 완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선들의 통행량은 여전히 바닥을 맴돌고 있다. 선박 회사들은 이란의 확실한 안전 보장 없이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공정한 합의를 언급하는 등 외교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 금융 시장은 미국의 작전 중단 선언을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위험이 감소한 신호로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유(WTI)와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문화포털

텔레그램에 '박제'된 14세…디지털 포식자의 치밀한 사냥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마주하는 친절이 돌이킬 수 없는 성착취 범죄의 덫으로 변질되고 있다. 중학생 서연(가명) 양은 학교 내 따돌림과 가정 내 불화로 마음을 둘 곳이 없던 시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짧은 글을 올렸다가 수많은 성인 남성의 접근을 받았다. 현실 세계에서 고립된 아이들에게 온라인은 유일한 해방구였으나, 그곳에는 아이들의 결핍을 파고들어 범죄의 제물로 삼으려는 포식자들이 도사리고 있었다.가해자들은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전략을 취한다. 서연 양에게 접근한 30대 남성 역시 고민을 들어주고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겠다며 환심을 샀으며, 심지어 다이어트 약을 대신 구해주겠다는 식으로 경계심을 무너뜨렸다. 부모나 교사도 묻지 않았던 일상의 세세한 부분에 관심을 보이며 신뢰를 쌓는 이른바 '그루밍' 과정은 아이들이 가해자를 유일한 의지처로 믿게 만드는 치밀한 사전 작업이었다.신뢰가 형성된 후에는 오프라인 만남으로 유도하여 본격적인 범죄 행위를 시작한다. 가해 남성은 서연 양에게 교복을 입고 나올 것과 둘만의 비밀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심리적 지배력을 강화했다. 첫 만남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점차 사진과 영상 촬영 요구로 수위가 높아졌고, 거절할 때마다 가해자는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며 아이에게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교묘한 심리 조종술을 발휘했다.범행이 반복될수록 가해자의 태도는 돌변하여 본색을 드러냈다. 다정한 오빠를 자처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욕설과 고압적인 태도로 아이를 압박했으며, 촬영된 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았다. 서연 양이 연락을 피하자 가해자는 텔레그램과 SNS에 신상 정보와 모자이크된 영상을 유포하는 이른바 '박제' 행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이 무너지는 공포 속에서도 보복이 두려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피해 청소년들은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난 뒤에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신상 유포로 인한 대인기피증은 물론이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변화와 자해 시도 등 정신적 붕괴를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자신이 처벌받거나 부모님께 실망을 드릴까 봐 신고를 주저하는 사이 가해자들의 협박은 더욱 악랄해진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와의 성적 관계는 자발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피해 아이들은 법의 보호망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책의 늪에 빠져든다.온라인에서 시작된 비극은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친구들과 맛집에 가고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는 소박한 꿈조차 이제는 바닥만 보며 걸어야 하는 처참한 현실 앞에 가로막혀 있다. 가해자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얻고 정보를 캐내어 성착취물까지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은 철저하게 계산된 범죄의 시나리오였다. 디지털 공간의 익명성 뒤에 숨은 가해자들의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자력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의 비명은 지금도 온라인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