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 '박제'된 14세…디지털 포식자의 치밀한 사냥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마주하는 친절이 돌이킬 수 없는 성착취 범죄의 덫으로 변질되고 있다. 중학생 서연(가명) 양은 학교 내 따돌림과 가정 내 불화로 마음을 둘 곳이 없던 시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짧은 글을 올렸다가 수많은 성인 남성의 접근을 받았다. 현실 세계에서 고립된 아이들에게 온라인은 유일한 해방구였으나, 그곳에는 아이들의 결핍을 파고들어 범죄의 제물로 삼으려는 포식자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가해자들은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전략을 취한다. 서연 양에게 접근한 30대 남성 역시 고민을 들어주고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겠다며 환심을 샀으며, 심지어 다이어트 약을 대신 구해주겠다는 식으로 경계심을 무너뜨렸다. 부모나 교사도 묻지 않았던 일상의 세세한 부분에 관심을 보이며 신뢰를 쌓는 이른바 '그루밍' 과정은 아이들이 가해자를 유일한 의지처로 믿게 만드는 치밀한 사전 작업이었다.

 


신뢰가 형성된 후에는 오프라인 만남으로 유도하여 본격적인 범죄 행위를 시작한다. 가해 남성은 서연 양에게 교복을 입고 나올 것과 둘만의 비밀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심리적 지배력을 강화했다. 첫 만남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점차 사진과 영상 촬영 요구로 수위가 높아졌고, 거절할 때마다 가해자는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며 아이에게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교묘한 심리 조종술을 발휘했다.

 

범행이 반복될수록 가해자의 태도는 돌변하여 본색을 드러냈다. 다정한 오빠를 자처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욕설과 고압적인 태도로 아이를 압박했으며, 촬영된 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았다. 서연 양이 연락을 피하자 가해자는 텔레그램과 SNS에 신상 정보와 모자이크된 영상을 유포하는 이른바 '박제' 행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이 무너지는 공포 속에서도 보복이 두려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피해 청소년들은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난 뒤에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신상 유포로 인한 대인기피증은 물론이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변화와 자해 시도 등 정신적 붕괴를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자신이 처벌받거나 부모님께 실망을 드릴까 봐 신고를 주저하는 사이 가해자들의 협박은 더욱 악랄해진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와의 성적 관계는 자발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피해 아이들은 법의 보호망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책의 늪에 빠져든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비극은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친구들과 맛집에 가고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는 소박한 꿈조차 이제는 바닥만 보며 걸어야 하는 처참한 현실 앞에 가로막혀 있다. 가해자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얻고 정보를 캐내어 성착취물까지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은 철저하게 계산된 범죄의 시나리오였다. 디지털 공간의 익명성 뒤에 숨은 가해자들의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자력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의 비명은 지금도 온라인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

 

문화포털

대구 성악가 100인 한 무대에…팔공홀 뒤흔들 '희망'의 합창

 대구의 봄을 화려한 성악의 선율로 채울 대규모 합창 축제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오는 19일 팔공홀에서 지역 성악가 100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희망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회관의 대표적인 기획 시리즈인 '아츠스프링 대구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예술을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역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되었다. 100여 명의 성악가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성량과 정교한 화음이 어우러져 대구 클래식의 저력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공연의 주역인 대구성악가협회는 지난 2011년 출범한 이후 지역 성악 예술의 뿌리를 단단히 다져온 단체다. 원로부터 신진 예술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성악가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대구를 성악의 도시로 알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번 무대는 협회 소속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지역 예술인들 간의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합창 음악의 정수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대규모 인원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하모니는 팔공홀의 음향 시설과 만나 극적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무대의 지휘봉은 경산시립교향악단을 이끄는 우성규 지휘자가 잡는다. 프로그램 구성 또한 대규모 합창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곡들로 엄선되었다. 베르디의 '디에스 이레'와 포레의 '리베라 메' 등 장엄한 종교 음악부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핵심 대목까지,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합창곡들이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지휘자의 세밀한 해석 아래 100인의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처럼 조화를 이루며 클래식 음악이 가진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정통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을 배치해 관객과의 거리도 좁혔다. 남성 합창단은 '일 몬도'와 '풍문으로 들었소'를 선곡해 남성 성악 특유의 힘 있고 묵직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반면 여성 합창단은 김효근의 서정적인 가곡 '꿈의 날개'와 경쾌한 팝송 'Sunny'를 통해 섬세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다채로운 구성은 클래식 공연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공연의 후반부는 한국적인 정서와 세계적인 보편성이 만나는 무대로 꾸며진다. 오병희 작곡가가 편곡한 '세계 민요 메들리'를 비롯해 '흥', '정', '판 코리아' 등 한국의 소리를 성악의 화법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혼성 합창으로 연주된다.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를 담은 곡들은 성악가들의 풍부한 표현력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다. 앙코르곡으로는 대구의 정취가 담긴 '동무생각'과 신명 나는 '경복궁타령'이 예정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이번 '희망 콘서트'는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성악가협회가 맺은 업무협약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행정적, 예술적 의미가 크다. 양 기관은 지역 예술인들의 무대 기회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이번 공연은 그 협력 체계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석 1만 5천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된 이번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지역 문화 자산을 활용한 공공 예술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하며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