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10년 소송, 6억 배상 화해 권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가족을 잃고 신체적 고통을 겪어온 피해자들이 소송 제기 10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구체적인 배상 방안을 제시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3부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제품 ‘와이즐렉’을 판매한 롯데쇼핑과 해당 제조사를 상대로 피해자 일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업 측이 피해자들에게 총 6억 3,000만 원을 공동으로 지급할 것을 권고하며 장기화된 법적 분쟁의 종결을 시도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신체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원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있었다. 소송을 제기한 이 모 씨는 제품 사용으로 아내를 잃었으며, 당시 영아였던 자녀는 만성 폐 질환이라는 평생의 굴레를 안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장애가 살균제 성분 때문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신체 감정이 장기간 진행됐다. 법원은 올해 초 감정 결과가 모두 도출되자 이를 근거로 배상액을 산정해 화해안을 마련했다.

 


재판부는 지난 2024년에도 한 차례 조정을 시도했으나 당사자 간 의견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신체 감정 결과가 보강되면서 재판부는 직권으로 화해 권고를 결정했다. 이는 소송을 판결까지 끌고 가기보다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실익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양측이 이 결정에 대해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해당 권고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참사의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이미 일단락된 상태다. 과거 롯데마트를 이끌었던 노병용 전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은 피해 규모 산정과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형사 재판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번 화해 권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민사적 배상액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정부 차원의 피해 구제 체계도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4년 대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후, 정부는 피해 구제 절차를 국가 주도로 전면 개편했다. 특히 피해를 입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학업 및 사회진출의 어려움을 고려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대책을 시행 중이다. 현재 추산된 수천 명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여전히 법적·의료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법원의 이번 권고를 양측이 받아들일 경우 2016년부터 시작된 10년의 법정 공방은 마침표를 찍게 된다. 만약 어느 한쪽이라도 이의를 신청한다면 사건은 다시 정식 재판 절차로 돌아가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피해자 측은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낸 법원의 판단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측 역시 배상액의 적정성과 향후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최종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문화포털

"편의점 싹쓸이"…외국인 매출 2배 껑충

 국내 해안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바닷가 인근 편의점들이 유례없는 대목을 맞이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든 이달 들어 강릉과 속초, 부산 해운대 등 주요 해변 점포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하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방한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맞아 편의점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밀착해서 경험하는 필수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결과다.편의점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해안가 점포의 외국인 결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를 상회하는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무더위 속에 해변을 즐기려는 외국인들이 생수와 음료수 등 기본적인 품목은 물론, 물놀이에 필요한 튜브와 모자 등 레저 용품까지 편의점에서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서울 명동이나 홍대 등 특정 도심 지역에 국한됐던 외국인 소비 거점이 전국 해안가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외국인들이 편의점에서 바구니에 담는 상품 면면을 살펴보면 K-푸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난다. 바나나우유와 그릭요거트 같은 유제품부터 참깨라면, 불닭볶음면 등 매운맛 라면류가 판매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국 편의점의 ‘꿀조합’ 레시피가 공유되면서 얼음컵과 간편식을 조합해 자신만의 간식을 만들어 먹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이제 해안가 점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편의점이 제공하는 각종 여행 편의 서비스의 이용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입국 직후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교통카드 구매와 휴대전화 유심 개통은 물론, 현장에서 즉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가세 환급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보다 3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외화 환전 키오스크 역시 언어 장벽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유통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외국인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하며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관광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유니온페이 등 해외 결제 수단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한편, 한국의 전통문화나 지역 특색을 담은 차별화된 기념품 코너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과 성수동, 제주도 등 외국인 밀집 지역 매장들은 이미 단순한 상점을 넘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방한 관광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편의점의 역할을 소매업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관광객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자주 방문하는 장소라는 점을 활용해 결제 시스템 고도화와 상품 다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해안가 점포의 매출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한국 편의점이 글로벌 관광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