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여사' 심소영의 변신, 연극 '결혼전야'

 결혼식이라는 거사를 단 하루 앞둔 시점, 가장 가깝지만 때로는 남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존재인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린 연극 ‘결혼전야’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예비부부와 그들을 둘러싼 가족들의 하룻밤 소동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오랜 시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해묵은 감정들이 결혼이라는 기폭제를 만나 터져 나오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폭소와 함께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작품은 단순히 웃음만을 쫓는 코미디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세대가 어떻게 접점을 찾아가는지를 현실감 있게 조명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단연 배우 심소영의 존재감이다. 인기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독보적인 캐릭터 ‘림여사’로 대중에게 각인된 그는 이번 무대에서 가족의 중심을 잡는 어머니 역을 맡아 180도 다른 변신을 선보인다. 평생을 가족 뒷바라지에 헌신해온 어머니의 복합적인 심경을 섬세한 내면 연기로 풀어내며 작품의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그의 압도적인 에너지는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가족 코미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역동적인 호흡도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요소다. 러너와 배우를 병행하며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해온 고한민은 현실적인 연기로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매끄럽게 연결한다. 여기에 박준혁을 비롯해 김미란, 서은지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11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배우들의 티키타카는 마치 실제 우리 집 거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최해주 연출가는 동시대 가족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을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 영리하게 녹여냈다. 부모 세대의 희생과 자녀 세대의 독립심이 충돌하는 지점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냈다. 억지로 감동을 짜내기보다는 일상적인 대사와 상황 설정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연출 의도는 관객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연장을 나설 때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위로를 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제작을 맡은 극단 광대모둠은 이번 작품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두 가족이 만나는 복잡한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소동들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평일 저녁과 주말 오후 등 다양한 시간대에 편성된 공연 일정은 직장인과 가족 단위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휴관일 없이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도 배우들은 매회차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내고 있다.

 

연극 ‘결혼전야’는 결국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가깝기에 오히려 소홀했던 가족 간의 대화가 결혼이라는 사건을 통해 물꼬를 트는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 잊고 지냈던 가족애의 본질을 일깨운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자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와 탄탄한 대본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그 어떤 대작보다 강렬한 울림을 준다. 대학로의 작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 소박하고도 찬란한 가족의 기록은 오는 9월 13일까지 관객들과 함께하며 여름밤의 열기를 식혀줄 예정이다.

 

문화포털

취하지 않는 맥주 시대, 남양주 양조장의 승부수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부족한녀석들' 양조장 내부로 들어서면 고소한 맥아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거대한 스테인리스 발효조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출고 대기 중인 상자들이 쌓여 있는 모습은 일반적인 수제맥주 공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알코올이 없는 '논알코올 맥주'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지다. 최근 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유례없는 한파를 겪으며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이곳은 오히려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판도를 새로 쓰고 있다.업계 자료에 따르면 논알코올 브랜드 '어프리데이'를 운영하는 부족한녀석들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70%에 달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의 성장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성과는 팬데믹 종료 이후 급격히 얼어붙은 일반 수제맥주 시장의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때 편의점 매대를 장악했던 수제맥주 업체들이 과잉 설비와 트렌드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이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것과 달리, 논알코올 시장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시장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요인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소버 큐리어스' 문화다. 억지로 술을 마시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춰 음주를 선택적으로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논알코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주점 소비는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기려는 욕구는 더욱 강해졌다. 부족한녀석들은 창업 초기부터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이 아닌, 발효 단계부터 알코올 생성을 억제하는 특수 공법에 집중했다.기술적 차별화는 곧 품질의 차이로 이어졌다. 기존 논알코올 맥주들이 알코올을 억지로 빼내는 과정에서 풍미가 손실되거나 향료를 섞어 인위적인 맛을 냈던 것과 달리, 이곳의 제품은 맥주 특유의 묵직한 바디감과 향을 그대로 살려냈다. 이러한 경쟁력을 인정받아 국내외 주요 주류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으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팁스(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단순히 음료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고도의 발효 제어 기술이 집약된 첨단 식품 산업으로 인정받은 셈이다.유통망의 확장세도 거침이 없다. 대형 편의점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입점은 물론, 특급 호텔과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인 캐나다 토론토로 첫 수출 물량을 선적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회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알코올 함량 0.00%의 완전 무알코올 제품과 제로 칼로리, 로우 퓨린 등 기능성을 강화한 라인업을 하반기에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맥주 대용품을 넘어 건강 지향적 기능성 음료 시장까지 정조준하겠다는 전략이다.부족한녀석들은 논알코올 맥주가 술의 빈자리를 채우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독자적인 맛과 가치를 지닌 새로운 맥주 카테고리로 정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제맥주 시장이 저가 경쟁과 트렌드 이탈로 고전하는 사이, 기술력으로 무장한 논알코올 전문 기업은 해외 시장 확대와 위탁 생산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취하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 변모하는 주류 시장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논알코올 양조장의 질주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