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지 않는 맥주 시대, 남양주 양조장의 승부수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부족한녀석들' 양조장 내부로 들어서면 고소한 맥아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거대한 스테인리스 발효조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출고 대기 중인 상자들이 쌓여 있는 모습은 일반적인 수제맥주 공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알코올이 없는 '논알코올 맥주'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지다. 최근 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유례없는 한파를 겪으며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이곳은 오히려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판도를 새로 쓰고 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논알코올 브랜드 '어프리데이'를 운영하는 부족한녀석들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70%에 달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의 성장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성과는 팬데믹 종료 이후 급격히 얼어붙은 일반 수제맥주 시장의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때 편의점 매대를 장악했던 수제맥주 업체들이 과잉 설비와 트렌드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이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것과 달리, 논알코올 시장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

 


시장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요인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소버 큐리어스' 문화다. 억지로 술을 마시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춰 음주를 선택적으로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논알코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주점 소비는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기려는 욕구는 더욱 강해졌다. 부족한녀석들은 창업 초기부터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이 아닌, 발효 단계부터 알코올 생성을 억제하는 특수 공법에 집중했다.

 

기술적 차별화는 곧 품질의 차이로 이어졌다. 기존 논알코올 맥주들이 알코올을 억지로 빼내는 과정에서 풍미가 손실되거나 향료를 섞어 인위적인 맛을 냈던 것과 달리, 이곳의 제품은 맥주 특유의 묵직한 바디감과 향을 그대로 살려냈다. 이러한 경쟁력을 인정받아 국내외 주요 주류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으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팁스(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단순히 음료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고도의 발효 제어 기술이 집약된 첨단 식품 산업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유통망의 확장세도 거침이 없다. 대형 편의점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입점은 물론, 특급 호텔과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인 캐나다 토론토로 첫 수출 물량을 선적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회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알코올 함량 0.00%의 완전 무알코올 제품과 제로 칼로리, 로우 퓨린 등 기능성을 강화한 라인업을 하반기에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맥주 대용품을 넘어 건강 지향적 기능성 음료 시장까지 정조준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족한녀석들은 논알코올 맥주가 술의 빈자리를 채우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독자적인 맛과 가치를 지닌 새로운 맥주 카테고리로 정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제맥주 시장이 저가 경쟁과 트렌드 이탈로 고전하는 사이, 기술력으로 무장한 논알코올 전문 기업은 해외 시장 확대와 위탁 생산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취하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 변모하는 주류 시장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논알코올 양조장의 질주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포털

사람 대신 로봇 승조원, 미래 군함 조종 시대 개막

 대한민국 해군이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군함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해군은 지난 23일 경남 창원 해군교육사령부에서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인간형 로봇 파이봇을 활용한 승조원 업무 수행 능력을 점검했다. 이번 실험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으로, 사람 대신 로봇이 직접 조타기를 잡고 군함의 항로를 변경하는 과정을 포함했다. 이는 미래 전장에서 유인 함정과 무인 체계가 공존하는 '네이비 씨 고스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발걸음으로 풀이된다.실험의 핵심은 로봇이 인간 승조원의 복잡한 업무를 얼마나 정밀하게 대체할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파이봇은 거대언어모델을 탑재해 지휘관의 음성 명령을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당직사관이 특정 각도로 변침할 것을 명령하자 로봇은 이를 복창하며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조타기를 조작했다. 목표한 방향에 도달한 뒤에는 보고 절차까지 완벽히 수행하며 단순한 기계적 작동을 넘어 지능형 승조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해군은 육상 시뮬레이터를 통한 이번 검증을 바탕으로 실제 해상에서의 단계적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도 파이봇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좁은 수로나 거친 파도가 치는 극한의 해상 환경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적용했으나, 로봇은 흔들림 속에서도 정확한 조작 값을 유지했다. 야간 항해와 같은 시계가 불량한 상황에서도 AI 기반의 판단력을 통해 명령을 차질 없이 이행했다. 이러한 성과는 방위사업청이 5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2022년부터 카이스트와 함께 공들여온 미래 국방기술 연구의 결실이다.해군이 이처럼 로봇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급격한 병역 자원 감소라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함정 근무 기피 현상과 맞물려 숙련된 승조원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로봇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해군은 조타 업무를 시작으로 향후 정비나 감시 등 다양한 분야로 로봇의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장병들의 업무 부하를 줄이는 동시에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 가능성까지 낮추겠다는 복안이다.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전문가들은 피지컬 AI와 인간형 플랫폼의 결합이 국방 분야에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자동화 시스템이 특정 기능에 국한되었다면,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기존 함정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즉시 투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로봇의 반응 속도를 더욱 높이고 조종의 정밀도를 다듬어 실제 함정 환경에서의 생존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군 당국 역시 로봇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여 변화하는 국방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해군은 이번 실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로봇 승조원의 표준 작전 절차를 마련하고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단순히 사람을 돕는 보조 수단을 넘어, 전시에 위험한 임무를 전담하는 독립적인 전투 단위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로봇이 조타기를 잡고 바다를 누비는 풍경이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국방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군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해군 건설을 가속화하며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