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서까래와 폐전봇대, 예술이 된 잔해들

 전시장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폐전봇대는 한때 정보와 에너지를 실어 나르던 문명의 도구였으나, 이제는 기능을 상실한 채 잔해로 남았다. 김결수 작가는 이 버려진 인공 구조물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문명의 종말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동시에 보여준다. 전봇대 끝단에 삐져나온 철근 뭉치는 마치 나무의 뿌리나 가지처럼 보이는데, 이는 인간이 만든 인공물조차 결국 자연의 유기적인 형상을 닮아간다는 작가의 통찰을 담고 있다. 작가는 죽은 구조물에서 생명의 형태를 발견함으로써 인간 문명이 거대한 자연의 순환 속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암시한다.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또 다른 요소는 전봇대 중심부에 자리 잡은 실제 식물 군락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싹을 틔운 이 식물들은 전시 기간 내내 성장하고 변화하며 작품에 시간성을 부여한다. 고정된 조각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명의 리듬을 공간 속에 구현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을 통해 작품을 완결된 물체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현상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는 소비하고 버리는 것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 순환의 윤리를 다시금 일깨우는 장치가 된다.

 


전시장 한편에는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불탄 서까래가 놓여 있다. 작가는 실제 화재로 소실된 가옥에서 천장을 지탱하던 나무를 가져와 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검게 그을린 나무는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증언하는 동시에, 재 속에서 다시 피어날 생성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가공되지 않은 채 드러난 탄 흔적은 산업화가 남긴 폐기물이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초상임을 웅변한다. 작가는 버려진 사물들을 생명의 질서 속으로 다시 편입시키며 문명의 잔해에 새로운 존재 가치를 부여한다.

 

벽면을 채우는 영상 작업은 집의 형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소멸과 생성의 주제를 심화시킨다. 작가에게 집은 가족의 추억과 인간의 희로애락이 켜켜이 쌓인 원형적인 공간이다. 영상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집의 형태는 관람객 개개인이 간직한 마음속 고향이나 기억의 장소를 소환한다.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이 작업은 설치 작품들이 가진 거친 질감과 대비를 이루며, 보이지 않는 기억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노동과 효과성(Labor&Effectiveness)'이라는 주제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이 경제적 논리 앞에서 무용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 작가는 거대한 전봇대와 무거운 고목을 전시장으로 옮겨오는 고된 노동을 통해 예술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을 넘어, 낡고 소외된 것에 예술가의 철학을 입히는 행위 자체에 집중해달라는 것이 작가의 당부다. 폭염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그의 작업 의지는 전시장 곳곳에서 강렬한 에너지로 뿜어져 나온다.

 

김결수 작가는 지난해 조지아 트빌리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와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등 굵직한 국제 무대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여왔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의 시선은 이제 대구 방천시장의 작은 갤러리에서 우리 사회의 버려진 것들을 보듬고 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에 위치한 갤러리 문101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문명의 잔해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묵직한 울림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문화포털

KIA·롯데·삼성 '비상', 상무 무더기 합격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이 2026년 하반기 최종 합격자 11명의 명단을 확정하며 KBO 리그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번 명단에는 KIA 타이거즈의 수호신 정해영과 롯데 자이언츠의 핵심 불펜 최준용 등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포함되어 야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합격 통보를 받은 선수들은 오는 12월 7일 훈련소에 입소해 2028년 6월까지 군 복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구단별로는 KIA와 롯데, 삼성이 각각 3명씩 합격자를 배출하며 가장 큰 전력 이탈을 맞이하게 되었고, 두산과 키움에서도 각각 1명의 선수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됐다.가장 화제를 모으는 인물은 KIA의 뒷문을 책임졌던 정해영이다. 리그 최연소 통산 150세이브라는 대기록을 쓴 그는 올 시즌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그 최고의 클로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정해영과 함께 트레이드로 합류해 쏠쏠한 활약을 펼친 한재승, 내야 유망주 윤도현이 동반 입대하며 KIA는 내년 시즌 투타 양면에서 새로운 자원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주축 불펜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KIA의 차기 시즌 성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롯데의 상황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된 최준용이 상무 합격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최준용은 올 시즌 14세이브를 기록하며 롯데 마운드의 핵심으로 활약 중인데, 만약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아 상무 입단이 자동으로 취소된다. 롯데 입장에서는 최준용이 금메달과 함께 팀에 잔류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이민석과 이호준 등 다른 합격자들의 공백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육성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처지다.삼성 라이온즈 역시 미래를 책임질 영건들의 입대로 전력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좌완 투수 이승현을 비롯해 외야수 함수호, 내야수 심재훈 등 공수주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은 신예들이 대거 상무행 열차를 탄다. 이승현은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고전하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상무에서의 복무 기간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군 필 투수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은 주축 선수들의 입대 시기를 조절하며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지만, 이번 대규모 합격으로 인해 당분간 뎁스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두산 베어스의 최지강과 키움 히어로즈의 원성준도 상무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최지강은 강속구를 앞세워 두산 불펜의 미래로 꼽혀왔으며, 육성 선수 출신으로 정식 계약까지 따낸 원성준은 상무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 주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LG, 한화, SSG, NC, KT 등 5개 구단은 이번 상무 모집에서 단 한 명의 합격자도 배출하지 못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각 구단의 병역 자원 관리 전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되며, 향후 신인 드래프트와 FA 시장에서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상무 합격자들은 입대 전까지 소속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남은 시즌 온 힘을 쏟을 예정이다. 특히 국가대표 자격으로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최준용의 행보는 리그 전체의 관심사다. 상무 야구단은 매년 KBO 리그의 수준급 선수들을 수용해 기량 발전의 장을 제공해 왔으며, 이번에 합격한 11명의 선수 역시 군 복무 이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2월 입대를 앞둔 선수들이 남은 정규시즌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팬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