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식품세 8%→1%…5조엔 재정 부담


일본 정부가 고물가로 커진 가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식품 소비세를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8%인 식품 소비세율을 1%까지 낮추고 나머지 1%에 해당하는 금액도 현금으로 지급해 소비자가 실제로 식품에 부담하는 소비세를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감세에 따라 약 5조엔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원 마련과 일본 재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에서 소비세 감면과 가계 현금 지급 방안을 담은 정책 개요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집권당 위원회가 승인한 초안에는 감세에 필요한 재원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은 현재 일반 상품과 서비스에 10%의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식품에는 8%의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추진하는 정책은 2027년 4월부터 2년 동안 식품 소비세율을 기존 8%에서 1%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남은 1%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현금으로 지급해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세금 부담을 사실상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감세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로 인한 가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세금을 낮추면 정부의 세입도 그만큼 감소한다. 식품 소비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약 5조엔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적자 보전용 국채를 새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충당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세외수입을 활용하고 기존에 지급되고 있는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을 다시 살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 개요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서 얼마를 확보할 것인지는 담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감세안은 다음 달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감세 자체보다 일본 정부가 약 5조엔에 달하는 세수 감소분을 실제로 어떻게 메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추진하면서 일본 국채에 대한 매도세가 나타난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 감세까지 추진되면서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재정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대표적인 장기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5일 3%를 넘어섰다. 다카이치 총리의 재정정책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7회계연도 예산에서 신규 국채 발행액을 40조엔 안팎으로 억제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로이터가 기사에서 적용한 달러당 154.65엔의 환율을 기준으로 하면 약 2587억달러 규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목표를 실제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각 부처가 제출한 2027회계연도 예산 요구액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식품 소비세 인하로 발생하는 세수 감소분까지 정부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쓰루타 게이스케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선임 채권전략가는 내년 전체 국채 발행 규모를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며 올해 말로 예상되는 정부 예산안의 각의 승인 때까지 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결국 앞으로 시장의 시선은 식품 소비세 감면안 자체에서 연말 예산안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약 5조엔의 세수 감소분을 적자 보전용 국채에 의존하지 않고 마련하면서 동시에 신규 국채 발행액을 40조엔 안팎으로 제한할 수 있을지가 일본 재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포털

장애인들이 화장실에서 외친 말…연극 ‘크립스’

장애인들이 한 무대에 모여 사회의 편견과 제도적 장벽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연극이 서울에서 관객을 만난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연극 ‘크립스(Creeps)’를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과 제도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이다.‘크립스’는 1970년대 캐나다의 장애인 보호작업시설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은 장애인들이 마주하는 제도적 장벽과 시설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위계, 그리고 존엄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극에는 뇌병변장애인 피트, 톰, 샘, 짐, 마이클이 등장한다. 이들은 매일 반복되는 노동과 통제적인 환경에 불만을 느끼며 자신들만의 안전한 공간인 화장실로 모여든다.다섯 인물에게 화장실은 단순한 시설의 일부가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동과 통제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 모인 인물들은 장애인을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낸다.작품의 원작은 캐나다 극작가 데이비드 프리먼이 1971년 발표한 희곡이다. 프리먼은 장애인 보호작업시설에서 직접 일한 경험과 자신이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겪은 좌절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크립스’는 초연 이후 장애인의 삶과 사회적 문제를 무대 위에서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장애인을 둘러싼 사회의 시선과 시설에서 발생하는 통제, 개인의 존엄이라는 문제를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이번 공연에는 백우람, 신강수, 양대은, 유두선, 정나무, 호종민, 홍성훈이 배우로 참여한다. 연출은 강보름이 맡았다. 공연은 중간 휴식 없이 130분 동안 이어진다.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하며 사회가 장애인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한다. 특히 장애인을 보호와 배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이들의 삶을 통제하고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다.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제도와 사회적 인식을 관객들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장애를 소재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제도적 한계를 돌아보고 다양한 신체와 삶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1971년 발표된 캐나다 희곡 ‘크립스’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난 뒤 서울 무대에 오른다. 작품 속 다섯 인물이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쏟아내는 목소리를 통해 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편견과 제도적 장벽을 관객에게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