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 '미궁 속으로'..원인 규명 난항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사고의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11일 사고기 블랙박스의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충돌 전 마지막 4분 동안의 데이터가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이로 인해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사고를 조사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블랙박스는 FDR과 CVR을 포함하며, 각각 항공기의 비행 경로, 작동 상태와 조종실 내 대화 및 경고음 등을 기록한다. 그러나 사고 당시 해당 장치들의 기록이 4분 전에 중단된 것으로 파악되었고, 이는 사고의 기체 상황, 조종사의 비상 대응 여부를 확인하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사고 여객기는 무안공항에서 출발 후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조난 신호를 보낸 후 복행을 시도했으나, 4분 뒤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해 큰 피해를 낳았다. 이 사고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했으며, 블랙박스 기록이 없으면 사고 당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기록 미저장을 항공기 전력 공급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항공대 황호원 교수는 “블랙박스 기록 미저장은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사고 당시 전원 공급이 완전히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기 엔진 두 개 중 하나만 살아있어도 전력은 공급되며, 둘 다 꺼져도 보조동력장치를 통해 FDR은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이마저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CVR은 비상 상황에서 보조 배터리를 통해 약 10분간 더 녹음할 수 있는 장치지만, 사고 여객기는 2017년 제작된 항공기여서 보조 배터리가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CVR도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여러 이례적인 상황들이 겹쳐 발생했으며, 원인 규명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항철위는 블랙박스 데이터 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여 사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기록 없이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현재 규명이 필요한 주요 사항으로는 △복행 판단 과정 △착륙 방향과 반대로 착륙한 이유 △조류충돌로 엔진이 모두 작동 불능 상태가 된 경위 △수동으로 작동 가능한 랜딩기어가 내려가지 않은 이유 △동체 착륙 이후 날개의 플랩이 펼쳐지지 않은 이유 등이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여러 이례적인 상황들이 겹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면서 “블랙박스 없이 사고 원인 규명이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후 피해자 가족과 관련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는 항공사 안전 기준과 절차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사고를 계기로 더욱 철저한 안전 점검과 예방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의 원인 규명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피해자 가족과 사회의 관심도 이어질 전망이다.

 

문화포털

"당신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올가을, 5명의 예술가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서울시립미술관이 미술관의 높은 문턱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은평구에서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은평문화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오는 11월 15일까지 은평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SeMA Collection: 홈, 스윗 홈'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을 주제로,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시선을 통해 그 다층적인 의미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민들은 멀리 미술관을 찾지 않고도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예술 향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이번 은평구 협력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2013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자치구 협력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우수한 작품들을 25개 자치구의 유휴 공간이나 문화 시설에서 선보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서울 전역의 미술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미술 소통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은평문화재단이 직접 기획을 맡아 지역의 특성과 주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맞춤형 전시를 구성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홈, 스윗 홈'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이번 전시회는 '집'이라는 공간에 얽힌 복합적인 감정과 기억들을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히 잠을 자고 머무는 물리적인 주거 공간을 넘어, 한 사람의 삶과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서의 집을 조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홍구, 문학진, 상희, 이상국, 이제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사진,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소장품 12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에 담긴 집에 남겨진 흔적, 사라져버린 기억, 그리고 미래를 향한 소망 등을 들여다보며 저마다 자신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보는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미술관의 소장품을 지역 주민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나누고자 마련된 뜻깊은 자리임을 강조했다. 미술관의 소장품은 특정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과 공유되고 소통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다양한 차원의 '집'을 만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과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깊어가는 가을, 가까운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익숙해서 잊고 있던 '집'의 소중한 의미를 다시 한번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