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아직 시작도 안했다...종이를 찢어서 그림 그리는 '미친 예술'의 정체

 우리 전통 종이 한지가 예술의 옷을 입고 세계 무대를 향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 오는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감고당길에서 열리는 제11회 서울한지문화제는 ‘한지의 숨결, 세계로’라는 주제 아래, 내년으로 다가온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뜨거운 염원을 담아 펼쳐진다. 이 축제를 이끄는 전통한지공예가협회 심화숙 회장은 한지가 단순한 종이를 넘어, 한국 미술의 미래를 열어젖힐 새로운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30년 넘게 한지 외길을 걸어온 장인의 눈에 비친 한지의 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지회화’ 특별전이다. 한지회화는 물감 대신 색색의 한지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말 그대로 종이로 그리는 그림이다. 비슷한 색감의 한지를 여러 겹으로 잘게 뜯어낸 뒤 풀로 두드려 붙이면, 색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물감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깊고 은은한 그러데이션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전통 한지만의 독특한 결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과 사람, 일상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작품들과 함께 협회 회원 10명이 공동으로 제작한 대작 ‘일월오봉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친환경 재료인 한지와 풀만으로 완성되는 이 작업은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예술 분야다.

 


물론 축제의 즐길 거리가 한지회화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한지로 만든 수의, 그릇, 이불 등 온갖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한지 생활관’은 과거 문창호지에 머물렀던 한지의 쓰임새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한지회화가 탄생하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시연 행사와, 직접 한지를 뜨고 공예품을 만들어보는 다채로운 체험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한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여기에 탄생화를 모티브로 한 아름다운 민화 작품 20여 점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한지가 펼쳐낼 수 있는 예술의 향연을 종합선물세트처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이끌어온 심화숙 회장은 2001년 협회를 창립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일찌감치 한지의 세계화를 위해 뛰어온 인물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카르댕의 초청으로 파리에서 전시를 여는 등 30회가 넘는 해외 전시를 통해 한지의 가치를 알려왔다. 그는 한지 실, 한지 솜 같은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산업화의 길이 험난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세계가 인정한 우리 문화유산의 명맥을 누군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굳은 사명감을 이야기한다. 이번 축제가 단순히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한지회화의 무한한 예술적 가능성을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고 즐기며 우리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문화포털

박수근 절정기 역작 '귀로', 8억 5천만 원에 경매 시작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박수근의 말년 예술혼이 담긴 작품이 미술 경매 시장에 등장해 컬렉터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개최되는 5월 정기 경매에 박수근의 1964년 작 '귀로'를 포함한 총 83점의 예술품이 출품된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번 경매는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올 상반기 미술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경매의 주인공 격인 박수근의 '귀로'는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조형적 완성도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제작된 역작이다. 거친 화강암의 질감을 캔버스에 옮겨놓은 듯한 특유의 기법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뒷모습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당시 '빨래터'와 나란히 전시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경매 시작가는 8억 5,0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평소 경매 시장에서 보기 드문 대형 설치 미술품이 출품된다는 점도 이번 경매의 관전 포인트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코즈 앤드 이펙트(Cause & Effect)'는 높이가 3m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아크릴과 스테인리스 스틸 등 현대적 소재를 활용한 이 작품은 수천 개의 작은 인물상이 서로 얽혀 거대한 유기체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해온 작가의 철학이 집약된 작품으로, 국내외 미술관급 소장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와 유영국의 작품도 경매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김환기가 1969년 완성한 대형 추상화 '무제'는 작가의 뉴욕 시기 예술적 실험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추정가는 최대 15억 원에 달한다. 또한 한국 기하 추상의 거장 유영국이 1988년에 그린 '산' 역시 4억 원에서 8억 원 사이의 추정가로 출품되어, 한국 근현대 미술의 튼튼한 허리를 지탱하는 거장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케이옥션 측은 이번 경매가 단순히 고가의 작품을 사고파는 자리를 넘어,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관통하는 주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수근의 말년 작부터 서도호의 현대적 설치미술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라인업은 국내 미술 시장의 다양성과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출품작들은 경매 당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일반에 공개되어, 미술 애호가들에게 거장들의 숨결을 직접 느낄 기회를 제공한다.경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자산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희소성이 높은 거장들의 수작은 여전히 강력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수근처럼 한국적 정서가 짙은 작품이나 서도호처럼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작가의 대형작은 투자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5월 27일 오후 4시에 시작될 이번 경매 결과는 향후 국내 미술품 가격 형성 및 시장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